그 유명한 공병호가 쓴 책. 「10년 후, 한국」으로 입지를 탄탄히 다지신 후 자기계발/경제/경영 분야에 있어서 그야말로 왕성한 저작활동 및 강연을 하고 있는 저자. 나야 모르기는 몰라도 한국의 자기계발서적 붐을 이끌어 내신 분이 아닌가, 그리고 그 흐름의 정점에 서 있던 분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그 수많은 자기계발서 가운데 어떤 것이든지 한 권 읽고 난 후에는 모든 자기계발서를 읽어본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보고 듣기에 그럴듯한, 하지만 참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의 정형성을 파악하게 만들어주는 책을 참 많이 쓰시지 않았는가 한다.

  각설하고, 이 책 「인생은 경제학이다」는, 자기계발서라기 보다는 경제학 서적에 가깝다. 말하자면 실생활 속에서 관찰되는 현상속에 숨겨진 경제학 원리들을 밝혀내고 있다고 말할까. 경제학적 이론이나 원리들을 일상에 대입하면 이런 식이 된다. 혹은 매 순간 선택과 결정을 내릴 때마다 이런저런 경제학적 사고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하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자기계발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 2006년에 나온 책이라서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른다. 벌써 일년 하고도 여덟 달이 훌쩍 지나간 탓에 이미 많이 인용도 되고, 잔뜩 확대재생산되어 그런건지도 모른다. 혹은 그래도 내가 경영학과인 탓에 경제 혹은 경영관련 수업도 듣고, 이론적인 내용들을 어느 만큼은 알고 있는 탓에 이렇게 느끼는지도 모른다. 다만당 틀림없는 사실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실은, '마케팅 하나는 끝내준다'는 것. 네이버 리뷰에서 삽입해 준 이미지에서도 보이지만, 서브 타이틀이 '욕망은 무한하나 선택은 제한된다! 경제학적 사고로 인생을 선택하는 법'이다. 그리고 책 뒷면에는 '경제학적 사고로 '자유'와 '부'를 선택하라!'고 적혀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문구와 애매한 표현을 적어두고 있다는 인상을 버리려고 해도 떨칠 수는 없다. 앞의 문구야 그렇다고 넘어가더라도, 마치 '이 책을 읽으면 경제학적 사고를 배울 수 있고, 경제학적 사고를 배우면 '자유'와 '부'를 선택할 수 있다, 곧, '자유'와 '부'를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말하는듯한 뒷면의 문구는. 그야말로 서점 매대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그것 이외에는 다른 의미를 갖기는 힘들지 싶어요. 물론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이치이겠지요,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베스트 셀러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내기 위해서는 선택되어야 할 테고, 그러려면 보다 자극적인 문구와 광고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게 당연해요. 책 내용에 자신이 없다면 말이에요.

  책이 주는 느낌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왜 이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에요. 각 챕터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어떤 경제학적 개념이나 원리를 말하고자 하는지는 잘 알겠어요. 경제학 개념 자체가 어려운 것들은 배제되어 있기도 하고, 사례나 소재도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것들인걸요, 더군다나 본문 자체도 쉽게 쓰여진 탓에 읽기도 쉽고 이해하기도 쉬워요. 하지만, 단지 그뿐이라고 할까요.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챕터와 챕터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도 없다는 걸까요. 각 챕터의 내용은 너무나 잘 이해하겠는데, 결국 이 책을 통해서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건지는 지금도 모르겠어요. 경제학 이론들을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수필도 아닌걸요, 마치 신문이나 잡지에 매주 투고했던 원고들을 엮어 낸 책이라는 느낌일까요, 그런 때문에 아무래도 중구난방으로 떠든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그저 두세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칼럼들을 써 두고, '인생은 경제학이다'라는 그럴듯한 타이틀 아래에 한 권으로 묶어서 냈다는 느낌일까요.

  더군다나, 저자는 상당한, 어마어마한 우파에요. 친시장적 성향을 극도로 보여주고, 자본주의, 자유주의에 대해 예찬에 가까운 맹신을 보여주고 있어요. 나도 남들이 보기에는 오른쪽으로 제법 기울어져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우파, 보수, 자본주의 제도의 옹호자라고 생각해요 사실. 그런데 이런 내가 읽기에도 부담스럽고 거부감이 들 만큼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오른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어요. 예를 들자면, '가격은 자유로워져야 한다.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기적으로 열심히 살아가기 때문이다.'-p.232 라며 A.스미스의 국부론 이야기를 고스란히 반복하기도 하고, '정부의 시장 개입은 선(善)이 아니다.'-p.235 하는 이야기랄지, '부자를 환영해야 하는 이유 ; ... 부자가 되었다는 것은 경쟁자보다 훨씬 나은 가치를 제공해 고객을 만족시켰다는 뜻이다. 자본주의 게임에서승리한 것이다. 어느 누구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위해를 가해 부를 강탈한 게 아니다.승리의 월계관으로 주어진 것이 바로 돈이다.'-p.150 하는 식의 이야기를 해요. 언뜻 언뜻 눈에 들어오는 문구만 해도 이정도이고, 좀더 꼼꼼하게 날을 세우고 보기 시작하면 저자의 성향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해요, 덕분에 가끔씩은 제법 불편해지는게 사실인걸요.

  글쎄요. 이런 저런 이유로 별점은 하나 반. 지하철에서 오며 가며 읽었기에 망정이지, 그런게 아니었더라면 끝까지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