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라는 자리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가 한다. 혹은, 광기가 없이는, 어디에서도 보스의 위치에 올라설 수 없는건지도 모르겠다. 무엇에 대한 광기이든, 어떤 식의 광기이든, 보스의 지위에 오른 사람들은 남들과는 구분될 수 있는 그들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고, 그게 카리스마든 리더십이든 혹은 보스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든, 광기라고 칭해질만 하지 싶다. 어느 쪽이 원인이고 어느 쪽이 결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싸움인지도 모르겠고,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지 개인의 역량에 좌우되는지 하는 식의 고전적인 문제로 귀결되겠지만, 아무튼 이 책은 보스들이 보여주는 광기에 대해 풀어놓고 있다.

 

  저자는 보스의 광기를 다섯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표현을 그대로 빌어오자면, '미친 들소' '집념의 편집광' '나르시싯트' '소심한 공작새' '굶주린 하이에나'등속이 그것인데, 독재와 폭압에 가까운 지나친 적극성을 보이거나, 자기밖에 없는 안하무인격의 태도를 보이거나, 복지부동의 자세로 절차와 과정에 연연하는 소심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혹은 그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거나 하는 식이다. 다섯 개의 보스 타입을 따라 진행되는데, 각각의 챕터는 character - weapon - how to deal 로 구성되어 있다. 순서대로 당해 보스의 특징, 업무특성과 보스에 오를 수 있었던, 혹은 보스 자리에 오르고 나서 새롭게 얻은 (또는 강화된) 그들의 무기, 그리고 그런 '미친 보스' 아래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간단한 팁과 조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이 주는 전체적인 느낌은,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정도가 될 듯 싶다. 아직 내가 학생인 탓에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지만, 군대라는 상형 하복의 시스템에서 지내본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사회에서 보스를 만나본 적도, 윗사람 때문에 골머리 썩어본 적도 없는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쉽사리 공감하기 힘든 구성이지 싶다. 그거야 지금-여기의 내 상황과 처지 때문일테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각 보스의 특성별로 분류해 둔 것도 좋고, 각각의 타입에 맞는 전형적인 예시들을 들어둔 것도 좋고, 전개도 어렵지 않아서 이해는 다 되는데- 의문이 나는 것은 두 가지 정도인가 한다. 하나는, '과연 보스의 특성을 이렇게 단호하게 구분할 수 있는가 '하는 점. 현실의 보스는 물론 다섯 가지의 특성이 적당히 섞인 형태로 나타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character도 weapon도 how to deal도 적당히 섞어 가면서 쓸 수밖에 없겠지만, 저자의 논지는 '다섯 가지로 나누어 진다'인듯 싶어서 살짝 거북살 스러웠던게 사실이라고 할까. 다른 의문은, - 결국은 같은 말이겠지만 - 개인의 특성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case by case인 탓에, 여기에 쓰인 how to deal이 과연 실제 직장생활에서 적용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 물론 재미삼아 읽어보는 책이라는 것도 알고, 이렇게 읽으면서 혼자 상사 욕도 하면서 스트레스나 풀라는 집필의도도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how to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모두 용인할만한 범위안에 있긴 하지만..

 

 

  책의 내용보담도 내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은건, 다름 아닌 책 제목이지 한다. 얼핏 보기에는 크게 어색하지도 특징적이지도 않은 것 같은 「크레이지 보스」지만, 이백 수십 페이지의 내용보다 여섯 자의 제목이 내 마음을 전부 빼앗아 갔지 한다. 그러니까, 크레이지 '리더'가 아닌 크레이지 '보스'인 탓에. 흔히 듣고 흔히 하는 표현으로 조직의 리더, 리더십이라는 말과 조직의 보스, 보스십이라는 말은 단어가 주는 느낌이 제법 거리가 있지 않은가. 영어에 능하지 못해서 리더와 보스의 차이를 명확하게 집어 내지는 못하겠지만, 확실히 두 단어의 함의는 전혀 다르지 않은가 한다. 어쩌면 리더가 아니라 보스인 탓에 크레이지crazy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건가 싶기도 하고.   글쎄, 대한민국에서 보스십의 전형을 찾아보려면 정치판으로 눈을 돌리면 된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의 거물급 정치인들에게 이 책의 내용을 투사해 볼 적이면- 예상대로 아귀가 잘 들어맞는가 한다.

 

  아무튼, 처음 제목을 보고, 표지 디자인을 본 순간 들었던 생각과 기대 수준에 딱 맞는 책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