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다가 잠이 든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지만 엄청난 공포를 자아내는 존재들에게 쫓겨다니는 꿈을 꿨다.

어렸을 때 꾸던 '귀신 꿈' 같은.

정말 오랜만에 꾸는 무서운 꿈이었고, 애도 아닌데 '귀신'에 쫓기는 꿈이나 꾸다니, 하며 멋쩍기도 했다.

 

무서운 책, 잔인한 책 잘 못 읽는 내게 이 책은 엄청 무섭고, 엄청 잔인하게 다가와

아마 남들보다 몇 배는 더 강한 스릴을 맛보았을 듯 하다.

뭐 이까이꺼 가지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나는 난데없이 귀신꿈을 꿔야 할 정도였으니.

(평소에 너무 오냐오냐 대했나 보다, 내 심장을.

올 여름에는 무서운 영화 좀 많이 보고 심장을 튼튼히 키워야겠다는 자기반성(?)까지!)

 

그런데 이 책에서 도저히 손을 뗄 수가 없었던 건(공포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읽어야 했던 건!)

첫 부분의 흡인력이 대단해서이다.

티베트의 히말라야 산맥에서 폭풍에 발이 묶인 사람들이 동굴에서 이상한 문자와 기호들을 밝견한다.

알고보니 한 남자의 시체에 그려진 암호 같은 문장들.

시체와 그 몸에 문신으로 새겨진 문장들에 대해 토론이 분분하던 일행들은 동굴 속에서 점점 지쳐가고

일행 중 한 명이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사라진 일행을 찾기 위해 동굴의 갈림길에서 두 팀으로 나뉘어 탐색에 나서는데,

그 갈림길 안에서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끔찍하고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진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너무 궁금해서,

나는 펄떡펄떡 나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책을 계속 읽어 나갔다.

평소에 스릴러를 많이 접하지 않아서인지 매 장면장면 매 소재소재가 모두 내게는 엄청난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이야기의 장면 전환과 등장 인물이 많아서 그 이음새를 파악하며 읽기가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욱 풍성한 볼거리가 있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다가,

'작가'라는 사람들은 정말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그에 흥미를 느끼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들이구나 하는 감탄을 새삼스레 했다.

많은 사람들이 높은 산을 정복하기 위해 위로위로 올라갈 때,

이 책의 저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이 있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그 '가장 낮은 곳'에 관한 이야기를 이 책에 풀어냈다.

책 속 이야기 중에 지하 세계로 한 없이 들어가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끝없는 깊이로 내려가는 그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남들과 다른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 작가들이 있기에

우리가 항상 끊임없이 재미있는 책을 공급 받을 수 있는 것이겠지,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작가들에게 경의를.

 

아, 이 책의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데, 영화로 나오면 '심장 강화용'으로 한 번 봐야겠다.

(하지만, '피해자'의 모습을 묘사하는 장면들은 글로 봐도 끔찍하고 무서웠는데, 화면으로 보면.......상상만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