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말>이란 책의 제목만 보았을 때는 단순히 이 시대 아버지들이 자식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자기계발서 정도로 생각됐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책은 18세기 영국 정치가, 외교관, 문필가로 활약했던 필립 체스터필드가 네덜란드 주재 영국 대사로 네덜란드에 머물면서 아들에게 보냈던 실제 편지들을 묶어 발간한 책이었다. 더구나 이 책은 1774년 출간되자마자 영국 상류사회에서 교과서로 사용될 만큼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어떠한 내용이기에 교과서로 읽힐만큼 찬사를 받았을까?

 

저자는 자신의 사회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선배로서 아들이 사회생활을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를 담백하게 조언한다. 어찌 보면 당연하게 생각될 수 있는 말들이지만,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걱정과 진심이 어린 마음에서 하는 조언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와닿는다.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놀 때 즐겁게 놀줄 아는 사람이 되라

 

	인간이란 자신이 모르는 일, 겪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더 큰 흥미를 보이거나 높이 평가하게 마련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마음껏 놀았기에 논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잘 알고 있으므로 그것에 대해 후회되는 것이 없다.
페이지 : 11

 

 

오늘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라.

 

	어제는 이미 지나간 과거이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며, 네가 갖고 있는 것은 오로지 현재뿐이다. 어제가 부도난 수표라면 내일은 약속어음이지만 오늘은 지금 바로 쓸 수 있는 준비된 현금이라 할 수 있다.
페이지 : 25

 

 

그리고 자식을 위해 구체적인 독서 방법론과 독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책 읽는 방법도 습관이다. 너는 지금 하고 있는 식으로 계속해 주기 바란다. 지은이의 명성만 믿고 책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내용이 얼마나 정확한지, 지은이의 고찰이 얼마나 명확한지를 스스로 판단하기를 바란다. 가능하다면 한 가지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도 몇 권의 책을 조사하고 그것으로부터 얻어낸 정보를 종합하여 자신의 의견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사실 역사적 진실까지는 알 수 없으므로 우리가 역사를 고찰하는 방법은 거기까지가 한계이다.
페이지 : 71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 배워야 한다. 인간의 수명에는 한계가 있지만 배움에는 끝이 없는 법이다. 배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내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독서를 하라는 것이다. 그것도 반드시 독파하는 습관을 기르고 핵심을 완전히 파악하려는 자세로 책을 읽어야 한다. 다시 말해 책이란 능동적으로 연구하면서 읽어야 하는 것이다.
페이지 : 78

   

겸손과 역지사지의 마음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이야기한다.

 

	지식은 회중시계처럼 은밀히 호주머니 속에 넣어두는 것으로 족하다. 자랑하고 싶어서 필요없는 상황에서도 호주머니 속에서 꺼내 보이거나 시간을 가르쳐 줄 필요는 없다. 시간을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때 대답하면 된다.
페이지 : 106

 

	언젠가 너는 나에게 여행을 할 때 친절한 대접을 받아 아주 기뻤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다른 사람이 너에게 마음을 써준 것이 기쁘다면 너 역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써주어라. 네가 마음을 써주고 친절하게 대하면 상대방도 기뻐하는 법이며, 이것이 사람과 교제하는 최상의 원칙이다.
페이지 : 148

 

 

아들이 조직생활을 하면서 지켜야 할 현실적인 조언도 이야기한다.

 

	조직을 리드하는 사람에게 일부러 저항하지 마라. 오히려 그를 잘 따르고 지나치거나 거짓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그를 칭찬해 주는 것이 좋다. 그 영향력은 큰 추천장을 받은 것과 같아서 그 집단뿐 아니라 다른 집단까지도 자유롭게 넘나드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페이지 : 160

 

	이 사회는 심술궂음, 증오, 원한, 질투 등이 서로 뒤엉켜 요란스럽게 돌아가고 있는 곳이다. 노력하는 사람보다는 적겠지만 열매만을 원하는 교활한 인간도 분명 있다. 또한 흥망성쇠도 심하다. 따라서 예의나 부드러운 언행 등 실질과 그다지 관계가 없는 장비까지 갖추고 있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내 편이 언제 적이 될지 모르며 적도 언제 내 편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음속으로 미워하더라도 겉으로는 상냥하게 대하고, 사랑하면서도 신중을 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페이지 : 214

 

1700년대의 아버지가 자식을 걱정해서 해주는 매우 현실적인 조언임에도 오늘날에도 분명히 적용될 수 있는 조언들이다. "속으로 미워해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마라“는 조언은 지나치게 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조언들은 정말 어머니보다는 아버지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이지 않나 싶다.

 

우리가 학교생활을 하든, 사회생활을 하든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범과 예의가 있다. 이런 것들은 학교나 사회에서 배우려고 하면 너무 늦고 가정에서 반복해서 습득해야 하는 것들이다. 가장 기본적인 좋은 습관들을 집에서 익힌다면,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어느정도 적응해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까?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들을 반복해서 잘 지켜나갈 때 이루어질 거 같지 않던 목표들도 어느새 가까이에 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라. 1700년대나 2000년대나 그리고 앞으로도 적용될 수 있는 불변의 원칙이다.

아버지의말, 인생격언, 가르침, 필립체스터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