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조금 다른 감상평을 적어야 겠다. 내게 보통 O.S.T 앨범은 그 노래만 좋아서는 안되고 영화가 좋을 때 그 시너지 효과로 음악도 더 좋게 들리는 편이다. 적어도 내게 O.S.T는 영화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더 빛을 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O.S.T는 독특하게도 그 반대의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영화를 본 지 이미 4년이나 흘러 버렸다. 그만한 세월 속에 기억도 점점 흐려져서 이제는 영화의 잔잔한 느낌과 영화 속 이탈리아 피렌체 두오모 성당의 영상만이 조금 남아 있을 뿐이다. 떠올려 보면 당시에 너무 기대를 하고 봐선지 영화가 그렇게 와 닿지도 않았다. 영화 제목은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데, 냉정은 아오이라면 열정은 대체 누구란 말이지. 준세이? 내가 보기엔 준세이도 냉정한 걸...? 영화 속에서 열정적인 사랑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는데 왜 제목은 저럴까하는 의아함이 남아선지 손에 꼽을 영화는 아니었다.

 그런 아쉬움에 원작 책을 찾아 읽어 보기도 했다. 영화보다 책이 더 낫다는 말도 많아서. 보통 원작을 넘는 영화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책에서도 그런 부족함을 채우진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그렇게 이 영화를, 그 책들을 좋아하는 걸까? 무엇이 그들 마음을 흔들었던 걸까? 나에게 남은 것은 대중과의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었다.

 그런데 얼마전에 우연히 음악 CD를 살피다가 스테디 셀러로 등록돼 있는 이 앨범을 보게 됐다. 그렇게 우연히 생긴 관심 덕분에 영화를 본 지 4년이나 지나서야 음악을 들어 보았다. 생각해 보니 영화 속에 꽤나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나왔던 음악이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그것이라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세상 모든 연인들을 위한 세기의 러브 스토리

 영화를 소개하는 메인 카피이다. 이 카피를 음악에도 붙여 줘야 할 것 같다. 영화와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작품으로 꽤나 좋은 앨범이다. 대부분이 연주곡인데, 웬만한 클래식 앨범만큼이나 좋다.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편안하게 해 준다. 내가 클래식을 즐겨 듣는 편도 아니고 그쪽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라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

 앞서 잠깐 언급했다가 영화 이야기로 많이 빠져 버렸는데, 이 CD는 다른 O.S.T와는 반대의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음악을 듣고 보니 다시 영화가 보고 싶고, 다시 한번 책도 읽어 보고 싶어진다. 그 당시에는 내가 놓치고 만 것 같은데, 다시 보고 다시 읽어보면 이 음악이 호소하는 그런 느낌들을 왠지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굳이 영화나 책과 연결 고리를 만들지 않더라도 이 앨범 하나만으로 꽤나 좋다. 추천할 만한 CD이다. O.S.T의 한계를 벗어나 그 작품 이상의 작품이라 할 수 있을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