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서 책 읽을 맛이 나지 않는 요즘 이 책은 내게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책 표지만 봐도 웃음이 나왔는데 읽어 보니 역시나 유머가 넘친다. 오지 탐험 작가로써 요통을 인정할 수 없는 저자는 다른이들에게 알리지 않고 나름의 치료방법을 찾아 나선다. 사람은 엄살도 심하지만 때론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정확한 파악이 되지 않을때가 있다. 나는 원래 강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거나 요통을 부를 수 밖에 없는 운동이나 탐험을 떠나고도 자신의 허리가 버티어 줄꺼라는 어처구니 없는 자신감. 요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런 자신감이 화를 부른다. 저자 역시 자만하고 있었다. 요통을 부를 수 밖에 없는 직업과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곳에서나 잠을 자고 오지탐험 작가라도 그렇지~ 구지 하지 않아도 되는 겨울철의 하이킹 같은~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심각한 요통의 고통을 즐거움으로 승화시켜 주었다. 치통, 요통, 편두통등은 끈덕지게 신경을 건든다. 다른것은 생각할 수 조차 없게 만든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한약방이나 한의원이 많을 꺼라 생각했는데 접골원이나 치료원이 많은가 보다. 저자가 메구로 치료원에 매달리면서 요통은 낫지 않는 자신의 심정을 표현한 글이 있는데 완전 공감이 된다.

나는 왜 메구로 치료원에 매달리는 걸까? 지금까지 이미 막대한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이부었기 때문이다. 모든 게 쓸데없는 짓이었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테고 억울하다. 내 과거를 부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53쪽) 요통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는다고 해서 낫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 용한 한의원을 알고 있지만 고향을 떠나오면서 가기가 싶지 않아서 다른 곳을 전전했는데 정착할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 잘 고치는 곳은 침을 몇번만 맞아도 괜찮아지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여러가지의 아픔을 부른다. 내 시간, 돈, 아픔등등. 때론 병을 얻어 올때도 있다. 발가락이 마비된적도 있었다. 내가 왜 이런 아픔을 겪어야 하는지.

"죽을병도 아닌데 요통이 무슨 대수냐? 라고 말할 수도 있다. 다만 요통을 겪어보지 않았다면 그리 간단하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뻣뻣한 허리 덕분에 요통의 세계에 빠르게 발을 들여 놓았다. 어린 나이부터 그랬기에 차마 '내가 허리가 좀 안 좋아.' 라는 말을 입밖으로 꺼내기가 그랬다. 어렸으니까. 요통의 정글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꾸준하게 운동하는 것. 저자 역시 여러곳을 전전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대장금의 열풍으로 인해서 개가 치료받는 동물병원에서 저자도 침을 맞게 된다. 수의사가 한의사 공부도 했다고 한다. 저자의 이야기가 왠지 우스꽝스러웠다. 개 덕분에 초진비를 할인 받았다는 말에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다. 진즉에 침술의 세계를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다만 요통은 치료만 받아서 낫는 것이 아니다. 사이비스러운 사람들도 말하듯이 평상시의 자세, 그리고 꾸준한 운동, 무리한 운동은 금물이다. 요통의 세계는 정글에서 빠져나오는 일보다 더 힘들 것이다. 나이를 든다는 것은 요통이 삶의 동반자가 될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고가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