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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뇌과학의 시대를 연 과학의 고전" 혹은 "퓰리쳐상을 수상한 뇌과학의 고전-위대한 과학자이자 과학 저술가인 칼 세이건의 대표작"으로 소개되고 있고, 우리 나라에서는 정재승 (KAIST) 교수의 추천 서적 중 하나이다.

우선 저자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싶다.

저자인 Carl Edward Sagan (1934-1996)는 다양한 학문을 공부했다. 인문학 학사에서 시작한 그는 물리학 석사, 천문학 및 천체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양한 학문적 소양을 쌓은 그는 스탠퍼드에서 유전학 조교수를, 하버드 대학교에선 천문학 조교수를 지냈으며 그 이후 천문학과 우주에 관련한 단체를 설립 하기도 하고, 실제 무인 우주 탐사 계획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활동 이력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저서 활동이다.

62세의 생을 마감하기까지 30여 권의 저서를 집필하였고, 그 중 에덴의 용(1978)은 퓰리쳐상을 수상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화 contact(콘택트)가 바로 칼 세이건이 집필한 동명 소설 Contact(1985)를 영화화한 것이다. 그는 평생 동안 우주에 대한 꿈과 희망을 일구었고, Cosmos라는 책은 지금까지 영어로 출판된 과학책 중에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손꼽히고 있다.

물론, 작가에 대한 이력을 알고 책을 고른 것은 아니었다. 분석적인 내용으로 책을 이해하고 싶었고, 그렇게 자기 계발을 하고 싶었던 차에 추천된 도서 중 하나를 선택한 것뿐이었다. 단지 책을 바르게 이해하고 요약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함이었다.

솔직히 그렇지 않은가. 지금 과학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30년전에 씌여진 과학서적이라니. 그 속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은 나에게 한 학자의 놀라운 통찰력과 예견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는 이미 30년 전에 ‘뇌’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으며, 인간 지성의 기원으로써 이미 ‘뇌’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또 다른 뇌의 발전에 대해 예견하고 있으며, 그 예견이 현재 첨단 기술 사업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책은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약 320쪽에 다다르는 분량이지만, 이틀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내용과 문체가 어렵지는 않다. 그 뿐만 아니라, 저자가 각 꼭지의 끝부분에 내용을 요약하기 때문에 내용을 정리하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내용은 우선 ‘자연선택’과 ‘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책 제목에 ‘에덴’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고 하여 창조설에 힘을 실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단지 우리의 이성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밝혀진 진실에 대해 이야기 할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제목을 ‘에덴의 용’이라 하였을까. 대략적인 대답은 “책을 시작하며” 부분에서 언급되지만, 보다 더 자세한 설명은 제 4장 – 메타포(은유)로서의 에덴 – 과 제 6장 – 꿈속의 용들-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그 답이 무엇인지는 1장부터 그 내용을 차근차근 짚어가며 찾아 보자.

그는 1장에서 우주의 나이를 1년으로 환산하였고, 12월 31일 자정 무렵에 인간이라는 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 종은 짧은 시간 동안 놀라운 육체적, 지적 성장을 이룬다. 그 성장의 핵심은 다름아닌 ‘뇌’라는 것이다.

2장에서는 뇌의 생물학적인 구조와 특징들을 설명하고, 몸무게 대비 뇌 무게를 도표화하여 그 어느 동물보다 그 비율이 아주 크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이 뿐만 아니라 뇌의 정보처리 원리와 속도, 정보량을 계산하였고, 특히, 유전자에 저장된 정보량보다 뇌에 저장된 정보량이 더 많아지는 ‘파충류’에서부터 뇌가 생명 진화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상징적 전환점이 되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3장에는 파충류부터 조류와 포유류의 뇌에서 발견되는 전뇌. 칼 세이건은 매클린의 ‘삼위일체의 뇌’ 구조 모델을 인용한다. 바로 전뇌는 R복합체, 변연계, 신피질로 구성이 된다는 것이다. 인간 본성에 응용된 ‘삼위일체의 뇌’모델은 R복합체는 관습적이며 위계적 측면을, 변연계는 삶의 이타적이고 정서적이며, 종교적인 측면을, 신피질은 추상적 연합 능력과 추론 능력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이 세가지 부분의 관계성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이 플라톤의 대화법 [파이드로스]에 등장하는 인간의 영혼을 두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다. 즉, 두 마리의 말은 각각 R복합체와 변연계이며, 말과 인간의 영혼인 마차를 통제하는 것은 마부인 신피질이라는 것.

드디어 4장에 이르러 왜 제목을 [에덴의 용]으로 정했는지를 알게 된다.

그는 ‘책을 시작하며’ 부분에서 신화에 대해 고대 철학자들의 정의를 언급한다. “신화”란 “단 한번도 일어난 적이 없지만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라 정의한 살루스티우스. 즉, 그는 은유로써 에덴 동산에서 인간이 쫓겨 나간 창세기의 이야기를 은유로써 풀이한다. 에덴에서의 추방은 인간 진화의 역사에서 최근에 일어났던 주요 생물학적 사건들을 묘사하기 위한 적절한 메타포라는 것. 에덴에서 인간을 유혹한 동물은 바로 ‘뱀-파충류’이다. 즉, 아담과 하와에게 선악과-신피질의 추상기능과 윤리적 판단기능-를 가져다 준 것이 바로 파충류이며, 6장에서 과거 공룡과 포유류의 대결에서 그 상징적 동물로 ‘용’이 등장하는 것이다. 신피질의 진화를 겪었던 인간종은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다른 유인원들은 어떨까?

5장에서 동물의 추상 능력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추상적 사고 능력은 인간만의 능력인가. 정답은 아니라는 것. 수많은 실험을 통해 침팬지 역시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 한다. 다만, 인간과 같은 방식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몸짓 또는 수화 등을 통해 문장을 만들고 단어를 재조합 혹은 창조한다는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저자는 패배한 종은 도태된다는 자연 선택의 원리에 따라 인간이 어느 정도 지능을 보이는 다른 영장류들을 전멸시켜 버린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론해 본다.

6장에서는 뇌의 기능 중 하나인 ‘꿈’에 집중하고 있으며, 꿈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뇌진화와 관련성을 언급하고 있다. 꿈의 소재 대부분이 성에 기원을 둔 것이라고 주장하는 프로이트. 꿈속의 심상은 성적, 공격적, 위계적, 관습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R복합체의 기능과 맞물리다. R복합체는 곧 파충류의 뇌이며, 인간의 가장 깊숙한 곳에는 ‘꿈’이라는 형식을 빌어 파충류적 행동들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낮이 되면, R복합체가 뒤로 물러가고, 밤이면 꿈속의 용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7장에서는 뇌를 좌반구, 우반구로 나누어 각 반구의 특징과 기능에 대해 설명한다. 기존에 알고 있던 것처럼 좌반구는 언어 중주와 계산등의 이성적 측면을, 우반구는 공간적 구조화와 단순한 언어 이해. 비언어적 개념화와 같은 직관적 측면을 담당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인간 문명 발달에 있어서 모든 분야의 창조적 활동은 우반구의 기능이 우선하지만, 그 결과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활동에는 좌반구의 이성적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 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결과로 12월 31일 자정에 탄생한 인간이라는 동물이 지금과 같은 거대한 기술 문명을 발달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8장에서는 앞으로 뇌가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 을 담았다. 인간의 특징인 지적 능력(신피질에 분포한). 지적 능력은 지금까지 해부학적으로 신피질을 생물학적으로 확장함으로써 발달했다. 그러나, 더 이상 부피의 확장에는 한계가 있으며, 설사 확장이 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수천년, 수만년의 시간이 필요한다. 그러나, 또 다른 한 가지의 확장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컴퓨터 등의 지적 기계발달이다. 즉, 지적인 인간과 기계발달의 결합 및 협력 관계형태로 인간의 뇌는 진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마지막 9장에서는 신피질의 완전한 기능을 통해서만 미래는 존재하며, 이성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브로노프스키의 말을 인용하면서 말이다. “인간의 문명은 과학의 문명이다. 그것은 지식과 지식의 보전이 우리 문명의 존재 기반이라는 말이다. 과학은 단지 지식을 의미하는 라틴어일 뿐이다. …… 지식은 우리의 운명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책과 칼 세이건의 책을 읽으면서 감복한 부분이 있다. 그들이 자신의 주장을 이끌어 낼 때 자신만의 독특하고 창조적인 관점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유전학적으로, 천문학적으로 기술적인 부분만 파고든 것이 아니라 다른 관점에서 바라봤고, 숲을 보는 큰 그림을 그렸다. 그것도 수억년이란 시간을...

그들의 논리를 따라 가면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게 될 때의 기쁨. 이것은 지식과 정보를 단순 습득하는 것만으로 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또 하나의 무한 가치를 드러내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내용을 너무 딱딱하게 정리한 듯 하나, 책을 읽어보면, 다양한 실험 예들이 등장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실제 공학 분야에 속해있고, 매일 실험을 하고, 도표를 그리면서 연구를 하고 있는 나로서 창의적 관점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논문이라는 작은 나무만을 보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부끄럽다. 이런 점에서 또 한번의 자극제가 된 책. 정재승 교수뿐만 아니라 나도 추천도서에 한 표 날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