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인 파이낸셜 타임스는 올해 초에 "기아 인구가 지난해 기준으로 9억2천500만명이며 식품가격 상승으로 연말까지 10억명에 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엔식량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가 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2007, 갈라파고스 펴냄)를 통해 굶주림의 충격적인 양상을 보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분배의 문제 때문에 '세계의 절반이 굶주린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식량은 왜 사라지는가> (2011, 빌프리트 봄머트 지음, 알마 펴냄)의 이야기는 다르다. 분배의 문제도 있지만, 식량의 생산 자체에도 심각한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지구 온난화이다. 온도가 올라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작물의 생산량이 줄어들고,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바닷물이 강을 침범하여 삼각주의 평야가 침수된다. 작물을 키울 수 있는 표토가 상실되면서 사막화가 함께 진행되고, 강물과 지하수를 남용함으로써 사막화와 염분화가 촉발된다. 가축은 식물보다 키우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지만, 육식 욕구가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식량이 동물 사료로 사용된다. 바이오 연료는 석유 고갈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지만 식량 면에서는 큰 위협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농학을 공부했고 라디오 방송의 기자로서 환경편집부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식량 문제에 대해 몇 년 전부터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화학, 물리학, 생물학, 지구과학 등 전방위적으로 위기가 쌓이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지금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만 줄이면 지구 온난화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비교적 한가롭게 생각했는데, <식량은 왜 사라지는가>를 읽다 보니 이미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지 걱정이 된다.

 

식량은 이제 무기이다.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해 인간애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경제적인 이익을 좇는 방향으로만 움직일 뿐이다. 쌀을 제외하고는 식량 자급률이 10% 이하인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많은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이 지구 차원의 변화를 막기에는 힘이 부치겠지만, 준비를 통해 피해의 양과 깊이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