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 다닐 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첫 권을 읽었으니 벌써 20년 가깝게 유홍준 교수님의 팬이다. 본문에서 우리나라 문화유산들의 생생함을 느끼고, 책 말미에 구체적으로 실린 답사 일정을 보면서 당장이라도 답사를 떠나서 이 감동을 직접 누리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시간과 노력과 의지의 부족 때문에 아직 답사를 떠나본 적은 없다. 그래도 눈과 머리로나마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우리에게도 많은 유산들이 곳곳에서 빛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2011, 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은 북한 답사편을 이어 10년 만에 나온 책이다. 그간의 오랜 기다림 때문인지 더 반갑게 느껴진다. 그 10년 사이에 유홍준 교수님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문화재청 청장으로 일을 하셨고, 숭례문 방화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후 지금은 충남 아산군 반교리에 집을 지어 도농생활을 하고 계신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에는 경복궁과 부여·논산·보령 편이 각각 4꼭지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거창·합천 3꼭지, 순천 선암사 2꼭지, 달성 도동서원 1꼭지의 순으로 분량을 할애하였다. 서문에서 밝히셨듯 경복궁 편에는 문화재청 청장으로서의 경험을 담고 있어서, 부여·논산·보령 편에는 개인적인 삶의 변화를 담고 있어서 분량이 많아졌고, 다른 곳들도 저자의 마음의 빚과 감사가 담겨 있는 곳들이다. 그래서 이번 책에는 문화유산 답사 이야기도 물론이지만 저자의 삶이 많이 담겨서 나는 참 좋다.

5권까지의 내용은 답사가 위주여서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유산의 깊은 의미를 풀어내고 전달하는 것이 저자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이번 6권에서는 문화재청 청장으로서 문화재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고 그를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올바른 문화재로 만들어내고자 하는 노력이 많이 담겨서 이전까지와는 많이 다르다. 호랑이에게 날개를 단 격이다. 다시 말하면 TV 프로그램 '진품명품'의 감식관에서 전통가옥을 만드는 대목수로 변신했다고 할까.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극진한 사랑과 깊은 지식 덕분에 광화문 광장에서, 부여 돌담에서, 종갓집 종부들의 모임에서, 비엔날레 관계자들을 대동한 순천 선암사 나들이에서 문화유산과 사람을 더불어 끌어안으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시선과 여유로운 마음, 유머러스한 말씀에 반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다 보면 텅 비어서 주춧돌만 여기저기 흩어진 절터도, 흔히 보는 돌담도, 노니는 사람이 사라진 궁궐도 다시 살아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아마 저자의 눈에는 그들이 전성기에 누렸던 휘황한 모습이 3D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나처럼 둔감한 사람에게도 그런 찬란한 반짝거림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 주기에 이 책은 참 소중하다.
서문에서 국내 답사는 한두 권 더 펴낼 생각이라고 하시는데, 아직 저자께서 다루지 않은 우리나라 문화유산은 많을 테니 한두 권이 아니라 아주 여러 권을 내 주시기를 기대한다. 올 가을에는 부여문화원에서 개최하는 유홍준 교수님과 함께하는 답사 여행을 신청할 생각이다.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생생한 목소리로 설명을 듣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