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다

 

 

여행이란 단어는 늘 나를 설레게 한다. 왜 그리도 나는 내 자리를 떠나고 싶어 하는 걸까. 그렇게 떠나도 결국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그럼에도 나는 늘 떠남을 갈망한다. 잠시라도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그 여행의 종착점이 결국엔 다시 현실일지라도.

 

그리하여 그렇게도 여행서적에 마음을 빼앗기는 모양이다. 국내여행에서 해외여행까지 여행 수필집만 봐도 마음이 설렌다. 책 안에 빼곡히 담겨있는 사진들을 보며 간접 경험을 하고 대리만족을 하며 마음속에 또다시 떠남에 대한 갈망을 키워본다. 언젠가 나도 이런 멋진 사진의 주인공의 될 수 있기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장소에 대한 동경을 마음속에 키워가며 나는 계속해서 여행서적들을 읽는다. 때로는 부러움으로, 때로는 시기심으로, 때로는 설렘으로.

 

‘너1825일의 기록’ 역시 여행에세이다. 여행 작가인 이동근은 서울의 다양한 장소를 누비며 그곳의 모습을 책속에 빼곡히 담았다. 책 속에서 그의 시선이 닿는 곳은 79군데이다. 그의 발길은 화려한 장소든 소박한 장소든 가리지 않고 간다. 유명한 관광지는 물론이고 눈길이 잘 가지 않는 골목구석까지. 저자는 눈이 닿는 곳곳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랑을 담아냈다. 그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그가 바라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사랑이며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또한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인생에 대한 사랑이다.

 

그는 의미 없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재주를 가졌다. 세상에 의미 없는 것이 있겠냐마는, 우리가 멋대로 본래의 의미를 삭제하고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시킨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작가는 그렇게 ‘전락당한 것’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아니, 어쩌면 그건 새로운 의미가 아니라 본래 가지고 있던 의미를 되찾아주는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그의 눈길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자신의 의미를 되찾게 된다. 그의 카메라 렌즈 안에서.

 

작가의 사진을 따라 책 속에서 여행을 하면서 나 역시 무관심 했던 것들에게 의미를 부여해본다. 좁은 골목, 버려진 폐품, 그 사이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담벼락, 잡풀들, 그리고 오늘도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네 사람들. 늘 곁에 있어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그들의 그 속에서 나의 하루도 특별해지리라 기대하며.

 

	마음이 아프면 길을 떠나라. 그 길에서 쓸쓸한 그 길목에서 한없이 외로워하라. 그러다 보면 자신을 스스로 다독이며 사랑하게 될 것이다
페이지 :  32p

 

떠나고 다시 되돌아오는 행위를 반복하며 나는 내 자리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찾고 싶어 하는 걸까. 집 나가면 고생이라면서도 누구나 그 고생을 갈망하고 기꺼이 반긴다. 그것 역시 다시 현실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기 위함이 아닐까. 그리고 그건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일지 모른다. 철저하게 외로워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내가, 사실은 나 자신으로부터 가장 사랑받고 싶어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