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 분 중의 한분..

조정래 선생님.

 

고3시험을 마치고,

태백산맥을 집어들고 밤세워가며 정신없이 읽었던 기억..

그리고 아리랑..

 

그 다음에는 다른 책을 별로 읽지 못했다.

한강을 읽고 싶었지만..선뜻 시작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만난 이 책..

비탈진 음지..

 

책 소개에 나온 박복천...

그의 결과가 궁금했다.

막연한 해피엔딩을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다.

 

일제시대를 견뎌내고, 전쟁을 견뎌내고, 열심히 살았지만..

그는 지금 고향을 등지고 어미를 읽은 남매 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가 사는 곳은 달동네 한켠..

그럼에도 그가 살 수 있는 이유는

참한 딸과 똑똑한 아들녀석..

이 둘만이 그에게 살아가는 이유를 준다.

 

가진 것 없는 그가 서울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기에 그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다.

매주 사는 복권조차도 그를 외면한다.

그리고 불행은 연속으로 그를 찾아온다.

너무 하다 싶은 그의 상황들..

하지만..

그게 인생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졌고..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그렇게..가버렸다.

그의 삶이 그의 생이..

 

마지막 구절..

교통사고로 결국은 다리 하나를 잃게되는

박복천 영감의 독백에 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 이 애비가 무신 짓얼 혀서라도 느그덜 밥 안굶기고 살릴 팅께,

영자 니넌 행실 바르게 혀서 시직 잘가야 허고,

영수 니넌 공부 열심히 혀서 이 애비맹키로

평생얼넘 발 밑에 깔려 비렁뱅이 진배웂이 산 한얼 풀게라도 훌륭한 사람이 돼야 써.

허기넌 사람 사는 한평생이 이러나저라나 빙신은 빙신인디.

그려도 배부른 빙신이 낫고 권세 있는 빙신이 난 법잉께.

고만 울어라, 고만.

이 애비넌 암시랑도 안혀,

이러나저러나 다 빙신으로 한평생 살다 가는 것잉께로."

 

나는 지금..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이 책은 중편이었던 작품을 장편으로 개작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소설가로서 오늘의 우리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겠습니까.

독자들 또한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원입니다.

<비탈진 음지>를 읽을 필요가 없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고대합니다."

 

저도..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이 포스팅은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쓰여진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