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

 

발간의 글 / ' 한겨레역사인물평전'을 기획하며 - 정출현

머리말 / 그들이 사랑했던 기생, 매창의 자취를 찾아서

 

1장 매창, 기생이 되다

* 아전 아비와 관비의 어미의 슬하에서  / 기생의 삶을 들여다 보기 위한 밑그림들 / 관기로서 매창의 삶을 재구하다 / 예비 예술인으로서의 훈련과정

 

2장 어린 기생, 매창

기생 명선을 통해 본 동기의 삶 / 기역과 기명에 관한 추적 / 계생, 계수나무 위로 떠오른 둥근 달 / 성인 기생이 된다는 것은 / 전문 기예인이 된 다는 것은 / 기명을 얻은 후 매창의 성장기를 함께한 부안 현감들

 

3장 유희경과의 사랑, 그리고 이별

아전들이 엮어준 [매창집] / 매창과 [매창집]에 대한 오해  / 42세 시객 유희경과의 첫만남 / 유희경의 문집에 남은 매창의 흔적 /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 한 임  / 십여 년 만의 해후

 

4장 기첩으로서의 매창, 그리고 서울 생활

서울에서 보낸 삼 년, 그 흔적 찾기  / 매창의 첩살이를 증명하는 이야기들  / 매창과 류도의 깊은 인연 / 매창을 첩으로 들인 의문의 주인공 / 누군가의 첩이된다는 것은 / 관기를 첩으로 들이는 네가지 방법 / 첩살이 덥분에 피한 아찔한 사건들

 

5장 다시 돌아온 부안, 그리고 전쟁

꿈만 같았던 서울 생활을 마치고 / 임진왜란 이후 혼란스러웠던 부안의 사정 / 성숙해진 매창, 시기로 거듭나다

 

6장 매창, 연회에 나서다 

하층민의 삶을 재구하다 / 스물아홉, 허균과의 첫 만남 / 매창의 연인 이귀 /허균을 통해 이어진 인연의 고리들 / 관찰사와 기생의 관계 / 연회의 꽃 기생 / 위로 받고 위로하는 존재 / 매창의 시재를 아낀 이들 / 문인들의 기록에 남은 서른 셋 기생의 삶/ 매창이 남긴 의문의 시 한편

 

7장 동지 허균과 그 벗들

허균과 만인길, 운명의 첫만남 / 만인길의 뒤를 이은 현감들  / 양반 유람에 빠질 수 없는 동반자들 / 변신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 유람에서 주고 받은 시 / 허균, 새로운 세상을 꿈꾼 혁명가 / 매창의 시에 담긴 허균의 부안의 생활 / 권세와 부귀에 연연하지 않는 삶 / 허균, 변산 유람에 나서다 / 허난설헌의 시로 허균을 위로하다 / 그들이 꿈꿨던 소박한 세상

 

8장 문인들과 당당하게 교우하다

시끌벅적했던 부안 생활 / 하나둘 매창의 곁을 떠나고  / 조선 최소의 시인 권필과의 인연 / 뱃놀이에 나선 매창과 문인들 / 신분적 주종관계를 넘어서  / 몇 번을 이별하고 다시 만나고 / 고흥달과 매창의 관계 / 죽을 때 까지 이어진 기생의 부여 / 사라진 매창의 흔적을 찾아서 / 발견되지 않은 시첩을 기대하며

 

9장 매창, 죽다 

윤선의 선정비, 논란의 시작 / 매창, 논란의 중심에 놓이다 / 허군에게 매창의 존재란 / 문제의 시를 지은 주인공 / 파문의 중심에서 / 새장에 갇힌 새가 날아가듯 / 시로 매창의 죽음을 애도한다/ 매창의 죽음 , 그 이후

 

10장 끝나지 않은 이야기

맑고 고운 노랫소리로 / 매창을 기억하는 수많은 이들 / 대대손손 사람받은 까닭

 

* 주석 * 주요 저술 및 참고문헌 목록

*연보

*찾아보기

 

	청평군  곽연서에게는  두명의 첩이 있었다. 그가죽을 즈음에 두 첩을 앞에 불러다가 재산을 나누어주었다. 작은 첩은 관기였는데, 곽연성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 내가 죽은 뒤에는 너는 반드시 남에게 시집가겠지." 그러고는 배게 곁에 감추어두었던 칼을 꺼내 그녀의눈을 찌르려고 했다. 그 순간 작은 첩은 얼른 피하긴 했지만 , 칼로 이마가 베이는 상처를 입었다.   P 10    어느 지방의 수령이 체직되어 가면서 사랑하던 기생에게 " 내가 간 뒤에는 또 다른 남자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라고 하며 촛불로 그녀의 얼굴을 지져서 흉하게 만들었으므로 내가 그것을 두고 시를 짓는다.  P 11   매창은 후대에도 오랫동안 사람들의 각별한 관심을 받았다. 문사 유희경(1545 ~ 1636)과 사랑을 나눴으며 당대의 걸물 허균(1569 ~ 1618)과 교우한 것으로 도 유명한 매창, 사후에는 나무꾼과 농사꾼이 그녀의 무덤을 돌보았고 이례적으로 아전들이 돈을 모아 시집을 내주기도 했다. 지금은 교과서에서도 그녀의 시를 만날 수 있다. 대체 어떤 매력이 매창의 이름을 지금껏 전해지게 만든 걸까?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는 '이화우 흩날릴 제'로 시작하는 매창의 시조는 임과 이별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이별의 대상은 바로 매창의 연인으로 널리 알려진 유희경이다. 매창은 여러 사람을 상대 할 수 밖에 없는 기생이었지만 한평생 지고지순하게 유희경만을 사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야말로 지금 사람들이 매창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에피소드이리라   P 13    물론 기생이라는 특수한 신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생 가운데서도 절개를 지킨 이가 적지 않다. 굳이 무운이나 매화같은 조선의 기생을 거론할 것도 없다. 근래에도 시인 백석(1912~ 19995)을 한평생 기다렸던 자야(1915~19999)이야기가 남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는 유희경에 대한 매창의 사랑에서 눈을 돌려, 매창의 다른 면모를 살펴봐야 하지 않울까? P 13     윤행임(1762 ~ 1801) 이 엮은 [방시한집方是閒輯] 이란 시화집에는 평양 기생 향애(香靄)의 일화가 수록되어 있다. 그녀는 이런시를 남겼다.   손으로 대동강 위의 물을 도려낼 수 있는 것처럼 기생이란 이름도 이 세상에서 도려내고 싶어라.   관기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서울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연회에 쓰일 기생이 부족할 경우 , 이를 보총하는 것이었다. 즉 관기에게는 중앙의 연회에 필요한 예비 예술인으로서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 이렇게 선발되어 서울에 잠시 머물던 기생을 선상기(選上妓)라고 부른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매창이 서울에 머문 이유를 선상기로 발탁되어서라고 보는 주장도 있는데 , 이는 관기로서 매창의 역할에 주목한 것이다. P 32   호부호모(呼父呼母) 겨우하니, 황하 원산가르치고,게 저적저적 걸음 하니, 초무(初舞) 검무(劍舞)고이하다     내게 선약 하나가 있으니 고운 얼굴의 찡그린 흔적을 치료할 수 있지.  비단 주머니 속에 깊이깊이 간직해두었다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주고 싶구나     그대의 집은 낭주에 있고 내 집은 서울에 있지 그리워도 서로 볼 수 없으니 오동잎에 떨어지는 빗소리에도 애가 끓어지누나.     한 번 고운 임과 헤어진 후 구름이 가로막혔으니 나그네의 마음 복잡하기도 해라. 청조도 오지 않아 소식조차 끊어졌으니 벽오동 잎에 떨어지는 찬 빗소리 차마 듣기 어렵구나.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누나 .     맑은 눈동자, 하얀 이, 푸른 눈썹의 낭자 홀연히 뜬 구름 좇아 아득하게 사라져버렸네. 꽃다운 넋은 패읍으로 돌아갔지만 누가 옥골을 고향으로 가져가 묻어주려나. 타지에서 죽어 조문하는 사람도 없고 화장대에만 지난잘의 향기 남아 있는데, 정미년에 다행히 서로 만나기는 했지만 슬픔의 눈물 참지 못해 옷깃만 적시네.         예부터 꽃을 찾는 것도 때가 있는데 변천은 무엇 때문에 이리 더디었는지. 나는 꽃을 찾으러 온 것이 아니라 오직 열흘 동안 시를 논하자는 약속 때문이라네.       지난해 오늘 저녁은 요지에서의 만남과 같아 나는 술상 앞에서 춤을 추는 사람이 되었죠. 선성의 옛 임은 지금 어디에 계신지 섬돌 위에 쌓인 꽃잎만 지난날에 봄이 있었음을 아는 듯.     이별 후 다시 만날 기약이 없으니 서로 멀리 떨어진 채 꿈속에서나 생각하려네. 언제쯤 동쪽 누각 위로 뜬 달빛에 의지하여 전주에서 술에 취해 시 짓던 이야기를 하려나.     빈 서재에서 내리는 밤비 소리 차마 들을 수 없어 홀로 앉아 있자니 온갖 잡념이 떠오르네. 천 리 길 나선 나그네의 머리엔 백발만 늘어가는데, 일 년 중 가장 좋은 때, 청명이 가까워졌네. 구름이 한강 북쪽을 가리니 서울은 멀고 길 따라 강남으로 들어서니 변방은 끝없이 아득해라. 묻나니, 그대는 어디에 계신가? 석양에 피리 소리만 간간이 들려올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