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언진 이라는 조선시대 역관이자 천재시인이었던 시와 그 시에 대한 글이다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그사회의 계급성과 고전을 답습하는 시풍에 대한 도전

창작에 대한 열의 그에 대한 자신에 대한 높은 존재감을 느꼈다

즉 '저항'과 '아만'이다.

 

'저항'과 '아만' 이라는 책제목 정말 잘 지은것 같다.

그리고 매장 여럿수를 읽어 내려갈수록 사물에 대한 관찰력과

건강에 대한 염려..죽음에 대한 시각.. 그리고 신분제도로 인한 모순들

여항이라는 즉 호동이라는 시인이 머무는 곳에 대한 세세한 모습들과

잔잔한 소리들이 때로는 강인한 소리울림들을 본다...

그리고 이언진이라는 역관이 아닌...시마에 걸린 시인으로서 인물됨을 더 부각시키면서

그속에서 담고 있는 강한 저항의식과 주체성으로 표현해내고 있는 아만과 연결시킨다...

병으로 인한 26살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아까운 시인...

참시로서의 시가 몇수 보이는데...

시에 대한 사랑..진정한 시마(詩魔)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시인인것 같다.....

그리고

이책에서는 이언진과 관련된 주변 사람들 그의 스승 이용휴, 박지원,이덕무, 김숙 등과 얽힌 이야기들을 들추어 냄으로써 더 이언진이라는 이 시인의 뛰어남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보아진다....

 

참고로 이 책을 읽어가면서 예전에 읽었던 '한시미학 산책'이라는 책이 자꾸 생각났다...

혹..시간이 되시면 이책과 같이 꼭 읽어보셨음해본다...

 

 

 

< 목차 >

 

책머리에

 

독호동거실법

독호동거실

독호동거실후

 

주誅

부록

찾아보기

 

	이 책에서는 [호동거실]의 여러가지 저항과 의미를 미시적으로 자상히 챙기면서도 거시적으로는 시인이 보여주는 당대 조선사회에 대한 '저항'의 태도와 자세에 주목하고자 한다. '저항'은 '부정'이라는 개념과는 의미지향이 다르다. '부정'은 주체가 현실에 관조적인 입장을 취하더라도 가능한 정신의 방법이지만, '저항'은 주체가 현실에 대해 관조적인 입장을 취해서는 불가능한 정신의 방법이다. 그러므로 '부정'에서는 꼭 대안이 제시되지는 않으며, '책임지지 않아도 됨'으로 인해 얼마든지 과격해질 수 있다. 하지만 '저항'은 다르다. '저항'은 언제나 그 대상에 주체가 온몸으로 개입되어 있다. 다시 말해 '부정'은 주체가 꼭 온몸으로  현실에 관여할 필요는 없지만 , '저항'은 주체가 온몸으로 현실에 관여하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다. 이책이, [호동거실]이 보여주는 가장 주목되는 정신의 태도를 '부정'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저항'이라는 개념으로 정시呈示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항하는 자는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유로움은 고통이나 외로움의 댓가다.  P 15      주목해야 할 점은, [호동거실]이 보여주는 저 전방위적이고 발본적拔本的인 '저항'이 시인의 '아만'我慢과 표리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만'이란 불교용어로서, 자기를 믿으며 스스로 높은 양하는 교만을 이르는 말이다. 불교에서는 '아'我는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본다. 실체가 없건만 실체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그것에 집착하니 미망迷妄이 생기고, 미망에서 번뇌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아상我相, 즉 나에 대한 집착을 끊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만'이란 바로 이 아상이 아주 강한 것을 말한다.  '공'空을 강조하는 불교에서는 이처럼 아만이 부정의 대상이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아만은, 달리 말하면 자의식 내지 주체의식이 아주 큰 것을 이른다. 즉 '주체성'이 대단히 높은 것을 의미한다. 본서에서 쓴 '아만'이라는 말은 비록 불교에서 가져온 말이기는 하나, 불교에서와 달리 꼭 부정적 함의만을 갖지는 않는다. 이언진은 병적일정도로 강한 자의식과 기괴하게 보일 정도의 높은 자존감, 누구에게도 굴종하지 않으려는 태도, 그누구도 좀처럼 인정 않는 거오据傲함을 갖고 있었다. 그의 이런 면모는 '높은 주체성'이라든가 '강렬한 자의식'등의 용어로 표현될 수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이런 용어는 한편으로는 타당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뭔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이언진이 보여준 저 유별난 교오驕傲와 안하무인의 태도가 잘 담기지 않음으로써다. 그래서 '아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용어는 이언진이 지녔던 저 넘쳐 흐르는 주체성은 물론이려니와 그것의 정서적 및 심리적 양태, 그리고 더 나아가 강한 주체에 동반되게 마련인 '그늘' 뉘앙스까지도 두루 포괄한다는 점에서 적절하다고 여겨진다. 강한 주체에 동반되는 '그늘'이란 무얼 말함인가. 자기중심성의 질, 자기중심성의 음지陰地를 의미한다. 강렬한 주체는 그 내부에 모순이라든가 억압이라든가 닫힘이라는든가 소아적 독존감獨尊感이라든가 세계와의 불화 내지 세계에 대한 적대감 같은 것이 깃들 수 있다. 이것은 주체성이 짊어져야 하는 점이요. 주체성의 음지랄 수 있다. 아만이라는 개념은 주체성의 양지만이 아니라 바로 이 음지까지도 환기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P 18   이용휴는 이언진의 스승이다. 그는 제자들 중에서도 특히 이언진을 각별히 사랑했으며, 이언진의 비범한 재능을 찬탄해 마지않았다. 그는 어떤 사람이 이언진의 재능을 묻자, 손바닥으로 벽을 가리키면서 "벽을 어떻게 걸어서 통과할 수 있겠소? 우상(이언진의 자子)은 바로 이 벽과 같소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 중략>..... 박지원과 이언진은 서로 만난적이 없다. 박지원은 이언진보다 세 살 많다. 박지원이 스물아홉일 때 이언진은 그에게 몇 차례 사람을 보내 자신의 글을 보인 적이 있다. 박지원은 그 글들에 대해 '자잘하여 보잘 것 없다'라고 혹평하였다. 이언진은 박지원의 이런 혹평을 전해듣자 한편으로 분노하고 한편으로 낙담하였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세상을 하직 하였다. 박지원은 이언진의 죽음에 마음 아파하며 그를 추념하는 전기를 썼다. [우상전]이 그것, 박지원은 이언진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이 전기를 썼을 터이다. 이언진에 대한 박지원의 평가는 피상적인 것이었으며, 정확한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말하자면 인식 부족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박지원의 중대한 과오였다. 박지원은, 자신을 넘어서는 계기가 이언진에게 도사리고 있음을 전연 눈치 채지 못했던 것 같다. 이언진의 무서운 파괴력과 창조력을 간취하지 못한 것.   다음은 당시 이덕무가 이언진의 동생에게서 들은 말을 기록한것이다. : " 동생은 이렇게 말했다. '책을 좋아해 침식을 잊었으며, 글을 전광석화처럼 빨리 베껴 써서 잠시 사이에 십 수 페이지를 썼지요. 그럼에도 빠뜨리거나 잘못 쓴데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필사해 놓은 비서秘書가 많았지요. 하지만 지금은 모두 흩어져 버렸습니다. 남에게 기서奇書를 빌리면 늘 소매에 넣고 돌아오다 집에 오기전 에 길 위에서 책을 펼쳐봤는데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걷느라 사람과 부딪치고 말에 받히는 줄도 깨닫지 못했답니다. " 이덕무는 그의 벗 윤가기尹可基(1747~ ?) 에게서 이언진의 시축詩軸과 일기日記 세 편을 얻어 보고는 윤가기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 종종 초야에 엎드려 나오지 않는 기이한 선비가 많은 듯 하외다. 우리들은 평소 옛날의 기이한 글들은 빠뜨리지 않고 찾고 있으면서도 도리어 현재의 훌륭한 글을 찾아서 사우師友로 삼을 줄을 모르니, 참으로 눈썹이 눈앞에 있으되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하겠습니다. 우상의 시편은 해박하지만 넘치지 않고, 그윽하고 기이하지만 괴벽怪僻하지 않으며, 묘오妙悟하지만 공허하지 않으며, 마름질했으되 단점이 없습니다. 또 그 글씨도 힘차고 빼어납니다. (...) 확실히 비범한 사람입니다." P28   이덕무의 [이목구성서]에는 또 이런 말도 보인다. "나는 우리나라가 문벌에 얽매여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굶주리는 사람이 많은 것을 늘 한탄한다. (...) 우상과 같은 사람은 옥당玉堂에 숙직하면서 임금의 교서敎書를 초草하게 하더라도 안 될게 뭐 있겠는가. 나는 어리석어 백 가지 중에서 하나도 능한 것이 없지만, 다만 남이 재주를 갖고 있는 걸 보면 그걸 마치 내가 갖고 있는 것처럼 아끼니, 이것이 나의 백까지 결점 가운데 한 가지 장점이다. 나는 우상의 얼굴이 어떤지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나는 그에 대해 익히 말하고 자주 논하며, 또한 나의 잡기 중에 그의 시문을 옮겨 적어둔다. 혹자가 이를 두고 내가 일 벌이기 좋아한다고 말할지라도 나는 마땅히 조금도 그만 두지 않으련다. "  P 29     한 구절 두 구절 설명한 게 [역]易이건만 복희伏犧는 점괘占卦로 돈벌이하고, 천 소리 만 소리 염송한 게 불경인데 석가는 재齋 빙자해 시주를 받네     한 그릇 밥 먹고 배부르면 쉬고 큰 길가에서 웅크리고 자는 저 거지 아이 승지承旨보고 불쌍타 하네 눈 내린 새벽 매일 출근한다고.     사람들은 사람이 사람을 속인다고 모두 말하나 내가 보기엔 내가 나를 속이는 거네. 입이 마음을 속이니 한 몸안에 진秦나라와 한韓나라가 있다.   오서대烏犀帶와 범유패이 두 물건은 사람을 결박하나 깨닫는 이 없네. 그대는 이걸 꼭 갖고 싶어해 왼손 잘려도 오른손으로 움켜쥐누나.     자기 집의 닭과 오리는 살진 놈 마른 놈 환히 알면서 원숭이 같은 이 마음은 이리저리 날뛰어도 내버려 두네.     하늘은 돌수록 땅은 정수精粹해지니 호동에 앉으매 깊은 방 같네. 사람마다 마음을 갖고 있어서 성현도 보살도 될 수 있다네.     남자하나와 여자 하나가 십여 명 자식과 손자를 만드니 각주脚注 안 달린 생생生生의 [역]이 내 처와 내 몸에 있다 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