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작가가 쓰면 뻔한 이야기도 스티븐 킹이 쓰면 수작으로 변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준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스티븐 킹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스티븐 킹표 이야기 보따리라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스티븐 킹의 이런 이야기에 길들여져 있어서 인지 최근에 출간된 책들 보다 읽기가 수월했고 그 감동의 깊이도 더해졌다. 역시 이야기꾼은 아무나 할 수 없으며 이야기꾼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풀어낼 수 없는 그 무언가가 그득히 담겨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어떻게 써야하며 무엇을 위해 써야 하는지를 너무도 잘 아는 그인지라 읽는 이로 하여금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함은 물론 공포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재주는 가히 탁월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왠만하면 장편이 아닌 중단편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한 편이 끝나고 다음 편으로 넘어갈때 약간의 버퍼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 작가의 작품은 한 편이 끝나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도 한 호흡으로 연결되는 매력이 있다. 그것이 바로 스티븐 킹만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3편의 중편과 한 편의 단편. 공포란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 공포라는 것이 좀비가 나오고, 무서운게 툭툭 튀어나오는 그런 공포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감추어져 있는 또 다른 나에게서 나오는 공포라는 것이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공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첫 번째(1922)와 세 번째(공정한 거래) 작품이다. 물론 나머지 두 작품도 훌륭하다. 첫 번째 15살 아이와 아빠가 벌인 일에 대한 공포를 절말로 공포스럽게 잘도 풀어냈다. 쥐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머릿속으로 상상이되 거북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1922년의 시대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닌가 한다. (이런 류의 작품 리뷰는 참으로 힘들다. 자칫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고, 그렇다고 겉만 말하면 책을 읽은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니 말이다.)

세 번째 작품은 복수와 파멸을 담은 이야기다. 단편으로 짧지만 강하다. 그래서 여운이 더 길다. 나머지 두 편도 흥미롭다. 스티븐 킹의 이야기는 그냥 넘겨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나 있을 듯한 평범한 일상에서의 사건. 그 사건을 최고조로 몰아가는 능력. 그게 스티븐 킹의 매력이며 장점이고 그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스티븐 킹을 읽고 있는 그 순간에도 다음 작품은 언제 나오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