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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쉬임 없이 흐르 듯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하게 마련이다. 시간의 흐름 만큼 아쉽고 그립고 지난 것들이 생각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어제의 것이 오늘의 것이 아니고 내일의 것이 아닐 수도 있듯이, 지난 날에는 할 수 있던 것이 지금이나 가까운 미래에 할 수 없게 되겠지만...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도 있으니 그건 바로 옛 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 또는 설화가 아닐까?

무녀굴은 바로 제주 김녕사굴의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포소설이다.

얼마 전 새로운 공포영화가 한 편 개봉된다기에 "여름이니 당연하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제목을 보고 "어! 옛날에 읽었던 책 같은데..."라는 생각에 책 소개를 보았다. 역시! 바로 지금으로부터 딱 5년 전(며칠 모자라지만...)에 읽었던 책이었다. 당시 이런 류의 공포소설이 지금처럼 자리잡기 전이었기에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는데 그 흡입력과 내용에 감탄을 했고, 한동안 머리속을 빙빙 돌았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5년이 지난 지금 영화가 나온다기에 호기심에 예전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사실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꺼내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흔치 않은일인데, 그만큼 이 책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책의 구성이나 짜임새가 탄탄한 것도 있고, 공포소설장르의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에 나온 책이라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제주도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어서였다.

80년대 말인가 가족과 제주여행을 갔을 때 김녕사굴은 개방이 되어있었다.(고 기억한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무너질 위험으로 인해 한시적 폐쇄를 하였고, 지금까지 문이 닫힌 체 나무와 풀이 무성한 채 잊혀져 가는 장소가 되어갔다. 그 당시는 기억으로는 입구가 상당히 크고, 넓었으며 계단이 촘촘했었(을 것이라고)다. 그리고 3년 전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가서 만장굴을 보고나서 옛날 생각이 나서 김녕굴을 찾아 가봤더니 덩그라니 표지판 하나만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을씨년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한명 없는 황량함. 입구를 찾아 볼 수 도 없는 썰렁함. 그러한 기억을 간직한 채 이 책을 다시보니 공포감이 더 해 지지 않았나 한다.

줄거리를 잠깐 소개하면

매드맥스라는 산악 자전거 동호회 소속 7명(여자1, 남자6)은 제주도 라이딩도중 김녕사굴을 찾는다. 이미 폐쇄가 되었지만 팀의 리더는 김녕사굴에 들어가보자고 제안을 하고 7명은 이내 김녕사굴로 발길을 옮긴다. 그리고 어떠한 힘에 의해 그 7명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들의 흔적을 찾지 못한 체 9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엉뚱한 장소에서 한 남자가 교통사고로 사망을 한다. 이야기의 시작이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되돌아오는 일이 생기고, 사람들은 계속 죽어간다. 사건을 쫒는 경찰과 검사 그리고 주인공 퇴마사 진명. 이야기는 점점 미궁으로 빠지면서 긴박감을 더해준다. 그러면서 밝혀지는 진실과 충격. 가히 영화감이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몰입감이 대단하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책을 멈추기가 쉽지 않다. 결국 단숨에 다 읽어 냈으니 말이다. 두 번 읽었지만 느끼는 것은 오히려 처음보다 더 좋았다고 하면 안 믿을까? 뒤로 갈수록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 정도라면 영화로 풀어도 충분히 재미 있을 것이다. 과연 영화는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영화는 김성균과 유선, 차예련이 주인공을 맡았다. 김성균은 다소 의외의 캐스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소설 속 주인공과 쉽게 매치가 되지 않는다. 유선, 차예련은 어느 정도 싱크로율이 높지 않을까 나름 판단해본다. 하지만 김성균의 연기력이 있으니 충분히 소화해 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게다가 천호진이라는 카드가 있으니 나름대로 갖출 건 다 갖추었다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올 여름 시원한 공포물을 원한다면 이 작품을 한 번 읽어보고, 보면 어떨까?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기에 영화평은 뒤로 미루기로 하고 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을 먼저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소설이 주는 공포감도 영화에 뒤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소설 속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는지 영화로 확인해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무녀굴, 퇴마무녀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