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의 거울은 그리스 고대신화 속의 비연의 예언자의 운명을 지닌 카산드라의 이야기를 현대 속으로 가져와 베르나르 베르베르 만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새롭고, 신비롭고, 또 근래에 보기드문 흥미로운 이야기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고대 그리스 신화와 현대의 과학, 동양의 철학을 절묘하게, 그리고 조화롭게 버무려 또 한 번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 듯하다. 특히나, 재밌는 것은 사람의 죽음을 예측할 수 있는 시계이다. 기존의 보험회사에서 보험료 예상 단가를 측정하는 시스템의 측정 자료를 (지금의 기술로는 말도 안되는 수준이지만 정말 불가능하지는 않는) 몇 만가지나 이용하여 거의 오차 없이 정확하게 예측한다.
책 속에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얽히며 섥히며 진행된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논픽션에 가까운 과학적, 철학적 지식들을 모두 이야기하고 싶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마음 때문이기도 한듯하다. 아마도, 기존의 소설을 읽는 사람들에게 잘 읽히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점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기 때문에 그의 소설을 좋아한다. 등장인물 하나, 그리고 이야기의 소재가 되는 소품 하나에도, 그의 철학과, 과학적 지식이 활용되지 않는 부분이 없다.
물론 그러한 지식들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식으로 변형되고, 때론 과장되지만, 그런 부분을 나 또한 나의 방식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여러가지 양식, 그리고 생각을 항상 ’나무’처럼 더 크게, 더 자라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그의 소설은 언제나 다른 소설과는 다른 그 무엇을 기대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그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한국’과의 인연을 특히나 강조하는 모습에 대해 말하고 싶다. 과연 이 점이 마케팅에 활용되면서 어떤 효과를 가져오나에는 의문이 든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 ’한국’이 등장하기는 한다. 하지만 말하고 싶은 것은,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있었던 것이 아니란 것이다. 그리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동양의 역사와 철학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리고 역시, 한국의 찬란했던 역사와 비극의 역사가 한데 어우러진, 다른 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는 오묘함 때문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에게 한국은 마케팅의 소재가 아니다. 그의 작품 속에는 그것외에 우리가 주목할 부분들이 훨씬 많다. 내 좁은 소견에는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한국에서만 인기가 많고, 한국에서 관심과 주목을 받기 위해 한국인을 중요인물로 활용하는 그런 작가로 인식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카산드라의거울, 베르나르베르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