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소설이다" 라는 글에 훅 하고 마음이 상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섬(무인도포함) 이라는 이름의 4천여개의 섬들 중에서 바닷가에서 열심히 살았을 우리의 어머니들의 생활의 터전을 여행이라는 이름하에 만나게 되니(달랑36곳) 비록 바다를 볼 수 없던 산골짝에 사셨던 어머니지만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아니 엄마도 그랬을테지 싶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콧끝이 시큰둥하니 가슴이 벅차 올라온다.

세계 어느곳의 자식 가슴속에 어머니가 그렇지 않겠냐만은 특별히 우리네 어머니들은 참 아련하게도 가슴이 아픈것 같다. 여자는 철들면 시집가고 남자는 철들면 죽는다는 한탄스러운 말이 가슴 절절하게 귓전을 울리는 것은 결혼생활  해보신 분이라면 공감이 될 것이다(콩깍지 낀 신혼빼고말이다) 왜 우리의 아버지들 중에는 한량들이 그렇게나 많았나 모르겠다.

만나는 어머니들마다 손마디가 굵고 뻐득뻐득 거칠어진 모습이지만 한결같이 자식 사랑엔 세상천지에 비할게 없다. 소처럼 앞만보고 게으름피지 않고 그저 자식들 키웠고 지금은 그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으려 굽어진 허리 필 것도 없이 그저 "괜찮다"고만 하며 고향을 떠나지 못한다. 자신의 고향은 없어지고 자식들의 고향이 되어 버린다. 치매오면 자식들에게 피해주지 않기 위해 청산가리(시안)을 가지고 다닌다. 자식을 위해서 살았고 늙어서는 자식을 위해 죽으려고 준비한다. 이런 맘을 자식들은 알런지 자식농사 잘 지은 것만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그걸로 족한 만족감에 살고 계신 어머니들이다 그래도 고대구리 배(저인망 어선)가 들어오기 전에는 먹고 사는데 부지런만 하면 되었는데 고대구리 배가 성황을 이루고 나선 몇해를 못 넘기고 모든게 사라져 버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부지런하긴 둘째 가라면 서러울텐데 이젠 그저 하루하루 살아갈(연명) 뿐이다.그것도 노인네들만 덩그러니 모여앉았을 뿐이다.

중간중간 수채화 같은 그림들이 멋대가리 없이 보일지 모르지만 여행길에 쉼터처럼 너그럽게 아름답다. 누구어메,무슨댁이라고만 불리던 어머니. 돌아선 여행자를 불러 세우고 "나 이름은 윤필순이요"라고 말하신 어머님이 너무 자랑스럽다.그렇게나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