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나이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의 저자 고든 리빙스턴의 신작.

 

제목이 길어지면 기억하기가 힘든 사람인지라(;;) 제목을 기억해내기가 처음엔 힘들었지만,

책을 읽다보면 제목 참 잘 지었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내내 두려움과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버려진 아이로써, 아이를 앞세운 부모로써, 전우를 잃은 군인으로써의 삶을 한 사람이 모두 감당해내기에 얼마나 버거웠을까.

 

하지만 그 때문에 그가 종교를 부정하고, 용기와 두려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 하더라도 자격있는 자의 이야기로 들을 수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하지만, 정신과 의사인 고든은 스스로 힘겨운 역경들을 뚫고 솔직하고 비범한 사람으로 잘 살아 내고있다.

 

위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내놓지 않는다 하더라도..

 

용기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을 견뎌내는 것이라고 말하는 고든에게 한번 뭉클.

 

버려졌지만 좋은 양부모를 만났고, 서른다섯살이 되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고 생모를 찾았을 때.. 나를 알아볼까. 왜 나를 찾아왔느냐 물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들을 한방에 날려준 생모의 한마디. " 왜 이렇게 오래 걸렸니 "에서 왈칵.

 

 

 

이 전 직장에서 근무하던 시절, 영아일시보호소에서 몇차례 억지로 끌려 봉사활동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당시에는 그저 끌려가서 봉사활동을 하던 때라 그런지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 당시 내가 그 순수하고 똘망한 눈망울을 보며 들었던 생각은 무책임한 부모들을 향한 비난 뿐이었다.

 

하지만 한살 두살 나이를 먹어가며 (아직 나이먹었다고 하기 주제넘지만) 그때의 날카롭고 비난에 찬 시선들을 서서히 돌리게 된다.

 

누군가를 비난하고 욕하기에는, 나는 너무도 그에 대해 모르고 있다 라는 사실을.. 이제와 깨달아 가고 있으며, 고든을 통해 그의 생모를 통해 이제야 또렷하게 깨우치고 있다.

 

 

 

고든은 6살이 된 막내아들을 백혈병으로 잃고는 아이들을 먼저 보낸 부모들의 모임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모든 것의 신의 계획이라.. 는 말이 싫다고. 잘되든 못되는 신에게 맡긴다는 말은 고통을 회피하고, 자신의 상황에 용기 내지 않는 말이라고 말이다.

 

아무래도 나는 종교가 있다보니 그의 이런 발언에 반발심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다음 대목에서는 또다시 숙연해졌다.

 

하나님께서는 천사가 필요해서 우리 아이를 일찍 데리고 가셨어요. 라고 그 모임의 한 어머니가 말하자 그는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신 분이기 때문에 천사가 필요하면 만들면 되는데 왜 아이를 데려가야 했나.

 

모두가 행복하길 바란다는 신의 계획에 아이를 앗아가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다.

 

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반발심을 불러올 말일지는 몰라도, 동시대에서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인간대 인간으로써 그의 이런 마음 역시 짠한 마음이 들어 더 이상 다른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어지지 않았다.

 

 

 

고든은 또, 흔히들 하는 날선 무조건적 비난이 아닌 덤덤한 어투로 객관적인 설명을 하며 전쟁의 모순을 이야기한다.

 

국가에서는 평화를 위해 전쟁을 한다고 하지만, 정말 전쟁을 하기 전보다 후가 더 평화로워졌는지에 대하여.

 

수많은 목숨들이 떠나보내고 기념일마다 추앙하는 것으로 진정 젊은 시절 우리를 대신해 목숨을 내어놓은 그들에게 할몫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지에 대하여. 

 

 

어떤 고통과 상실을 겪더라도 살아낼 의무에 대하여, 그리고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능력에 대하여, 또한 믿음에 대하여.

 

수없이 많은 주제들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결국 고든은 하나로 모아간다.

 

인생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고.

 

흔하디 흔한 말일지 몰라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정성 있는 그의 한마디한마디가 가슴을 때린다.

 

일상을 향한 감사.

 

오늘, 값비싼 희생을 한권의 책에 담아준 고마운 고든 덕에 한번 더 곱씹고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