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뭘 진짜 좋아할까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는 요즘 답이 잘 안 떠올라 더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그리고 정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들이 펼쳐져 있어 좋아하는 것이 많을수록 행복해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서 좋았다. 어떤 일의 시작이 궁금해서 자신의 삶에 처음 새겨진

기록들을 떠올려보며 자신의 생애 첫날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찾아봤다는 대목에서

다른 사람들도 그런 게 궁금하구나, 사람들은 다 비슷하구나 하는 동질감도 생겼다.

저자의 생일은 이한열 열사가 민주화를 보지도 못하고 새벽녘에 조용히 눈을 감은 날이란다.

자신의 출발선에 누군가의 국화꽃이 놓일 수 있다는 것, 반복되는 삶의 모양새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다. 모든 시작에는 기쁨과 슬픔, 새로 태어나는 이와

사라져가는 이가 다 존재하는 법인데 그걸 마주하게 될 때는 또 다른 느낌으로 밀려오니까

말이다. 그냥 무심코 스쳐지나갔던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소소한 부분들을 짚어줘서

좋았지만, 더 좋은 건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을 통해 세상의 새로운 일면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었다.

난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아온지라 테니스에서 0점을 Love라고 부르는지 전혀 몰랐었다.

숫자 0이 달걀처럼 생겨서 프랑스어로 계란을 뜻하는 l'oeuf라고 불렀고

이 말이 영국으로 건너가 love가 되었다는 것. 이렇게 전혀 몰랐던 이야기들을

누군가의 삶을 통해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다른 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내가 좋아했지만 잊고 살았던

소소한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저자가 떠올리는 여행의 순간을 통해 내가 여행했던 그 시간들과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추억도 더듬어 보고 랜드마크도 물론 기억에 남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은빛 머리칼을 하고 사이좋게 손잡고 거니는 노부부의 모습을 보며

나도 훗날 저런 모습이고 싶다고 소망했던 것들 등등이 떠올라 은근 기분 좋아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