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보내온 서른두 통의 편지와 필름 사진이 담겨 있다고 해서

여행에세이인가 보다 했는데 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고나 할까?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인데 딱히 어느 나라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는

소소한 일상인 듯 특별한 순간인 듯 여느 여행지 사진과는 달라서 색달랐다.

별도로 구성된 사진 엽서집을 보니, 각 필름 사진마다의 제목을 보며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어떤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던 것일까 한번 더 곰곰히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사진이 글의 보충 설명이, 글이 사진의 캡션이 되지 않도록

두 언어를 어떻게 결합하여 독자에게 오롯이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서 그런지

이 책 참 낯설면서도 친숙하고 좀 신기했다.

한 권은 편지와 흑백 사진이 담긴 서간집, 다른 한 권은 컬러 사진이 담긴 엽서집

컨셉도 이색적이었다. 낱장으로 뜯기 전에는 하나의 사진 작품집 같기도 한 엽서집에  

왠지 이 엽서를 보며 떠오르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써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사람 예술가인가 싶어 지은이 소개를 다시 봤더니 아트 디렉터란다.

역시 감성이 보통 사람과는 다른가보다.

별 것 아닌 것 같고 스쳐지나가고 놓치고 있던 것들을 되뇌어보게 하는,

천천히 보고 싶은 순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렇게 여행지에서 만난 한 컷을 통해

떠오르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써내려가는 것도 신기하고.

나는 순간 떠올라도 그냥 흘려버리는데 말이다. ^^;

다음 여행지에서는 흔한 인증샷 말고, 그냥  멈춰 서서 오래 바라보다가 맘에 든 무언가를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에게, 오빠에게, 친구에게, 심지어 반려묘 모찌에게 소곤소곤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의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는 희안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