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보면서,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잠시 추억 속으로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이다. 나이를 먹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아버지를 보면 어린시절 우리들에게 대하던 것과는 다르게 손주들을 대하신다. 그리고 손주들이 무엇을 원하든지 해주신다.

 

  자식을 낳기 전까지는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되시면 그냥 아이들이 이뻐 보이나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부모가 되면서 이 부분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다. 부모들은 사실상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해주기가 쉽지는 않다. 이유는 삶이 우선이 되다보니 그렇다. 그러니 이때 못해준 부분을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되어서 손주들에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늙어지면 아이가 된다는 말이 있다. 바로 이 책을 보면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할아버지 보브는 손주 보비에게 걸음마를 가르친다. 오른발, 왼발 하면서 한발 한발 걷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보비가 한살 한살 나이 먹어가면서 할아버지는 보비와 놀아주고 같이 있어 준다.

 

  보비가 블록을 쌓아 놓는데, 꼭 마지막 코끼리 블록을 쌓을때면 할아버지가 재채기를 하시는 바람에 블록은 무너진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다음번에는 좀 더 잘 해보자고 보비에게 말한다. 그러던 어느날 할아버지가 뇌졸증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집에 할아버지가 안 계시자 보비는 할아버지를 보러 가자고 부모에게 조르지만 부모님은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할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신다.

 

  돌아오신 할아버지는 말도 못하시고, 사람들도 알아보시지 못한다. 이런 할아버지가 보비는 무섭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보비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시는 것 같다. 보비는 자신을 알아보겠냐고 물어보는데 할아버지는 눈을 깜밖이신다. 보비가 어린시절 할아버지가 보비와 같이 있어줬듯이 보비는 할아버지와 보낸다.

 

  할아버지와 다시 블록도 쌓고, 걷지 못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어깨를 할아버지에게 대주고 할아버지에게 오른발, 왼발하면서 할아버지에게 걸어보도록 한다. 시간은 흐르고 할아버지는 이런 보비 덕분에 말도 많이 하시게 되고, 걸음도 보비와 함께라면 한발 한발 걷게 된다.

 

  걸음마를 가르쳤던 할아버지는 결국, 보비에게 다시 걸음마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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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토미 드 파올라는 어린이책 북 아티스트이자 작가이며, 뉴 잉글랜드 극단의 무대 및 의상 디자인 작업도 하고 있다. [오른발, 왼발] 의 자매편 [위층 할머니, 아래층 할머니] 를 비롯, [빌과 피트], [기사와 용] 등을 냈고, [도버 산의 고양이], [하늘을 난 어린 수도사], [딩켈스벌에서의 한때], [이상한 직업과 네 가지 무서운 이야기] 등의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그의 책 [마법사 노나 할머니] 는 1976년 칼데콧 명예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옮긴이 정해왕님은 196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마쳤다. 1994년 '제2회 MBC 창작동화대상' 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날아가는 화살을 잡은 원숭이], [복 타러 간 사람], [지혜가 하나씩 30가지 꾀 이야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헨리에타의 첫 겨울], [트레버가 벽장을 치웠어요], [제이크의 생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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