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소설을 써온 젊은 작가가 편의점 직원의 삶을 들여다보는 소설을 써서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쿠타가와(芥川) 문학상을 받았다. 마이니치·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20일 155회 아쿠타가와상에 무라타 사야카(村田沙耶香·37·사진)씨가 쓴 중편소설 '편의점 인간'이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이 소설은 대학 신입생 때부터 18년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해온 36세 독신 여성이 주인공이다. 편의점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스쳐가지만 어느 누구도 다른 누구와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다. 모든 일이 매뉴얼에 따라 진행된다. 주인공은 그걸 숨 막혀 하긴커녕 그 속에서 안심한다. 요미우리신문은 "남들과 잘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에겐 기계적 규칙이 되레 구원이 될 수 있다"며 "경묘한 필치 속에 삶을 꿰뚫어 보는 인간관이 들어 있다"고 평했다.

소설을 쓴 무라타씨는 현역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자 문제작을 잇따라 쓰는 일본 문단의 기대주다. 2003년 등단해 2013년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문학상을 탔다.

무라타씨는 그동안 주 3일 새벽 2시에 일어나 아침까지 소설을 쓰고,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편의점에서 일 한 다음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자고, 남들이 자는 시간에 다시 일어나 소설을 쓰는 생활을 계속해왔다.

시상식이 열린 19일에도 편의점 근무를 마치고 식장에 왔다. "아쿠타가와상을 타다니 기적 같아서 믿기지 않는다"는 무라타씨에게 일본 기자들이 "앞으로도 편의점 일을 계속할 거냐"고 물었다. 무라타씨가 "우선 점장과 상의하겠다"고 대답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