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접어든 음악가가 연구하는 대상 중 한 명이 이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궁금했다. 21세기에 바하 인벤션과 평균율을 음반으로 내는 안드라스 쉬프가 86년 <무언가> 이후에 여러 명의 음악가들에 대한 탐색을 거쳐서 다시 돌아왔을 때 그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는 관점은 무엇일까?

 

    이 책 시리즈가 신기했던 점은 고전파 3인방-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이후에 4권에 멘델스존, 5권에 쇼팽, 6권에 말러를 등장시켰다는 것이다. 1809년생으로 1810년생인 슈만과 쇼팽, 1811년생인 리스트와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 10대에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 리스트에 대한 말을 보면 한참이나 웃게 된다. 그런데 정작 그의 곡은 많이 연주되지 않으나 흔히 연주되기는 한다. 최소한 결혼식 마지막에 등장하는 곡 하나로.

 

    "그들이 음악을 들을 때 떠올리는 생각들은 아주 애매모호하지. 반면 누구나 말은 알아들어. 내게는 정확하게 그와 반대지. 말 전체만이 아니라 개별 단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야. 단어들도 진정한 음악에 비하면 너무나 애매모호하고, 흐릿하게 보이고, 오해되기 쉬워. 음악은 말보다 천 배는 더 나은 내용으로 영혼을 채워주지. 내가 사랑하는 음악들이 내게 표현해주는 생각들은 말로 표현하기에 너무 불확실한 것이 아니라 그와 반대로 너무나 확정적이야(p.124)." 어쩌면, 그래서 무언가 모음곡들이 그에게는 익숙했나 싶다가 <성 바울>과 <엘리야>, <시편 42편>과 같은 곡들을 들으면 할아버지 영향을 무시할 수 없나 싶기도 하다.

 

    나폴레옹과 프랑스로 인해 편안하지 않았던 오스트리아 혹은 독일에서 유태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의 생의 단편들로 보게 된다. 비록 그가 재정적으로 든든한 어른들 덕분에 악보를 팔러 다니거나 주문제작형 곡들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해도.

 

    현악 8중주 곡 악보를 보거나 멘델스존이 쓴 최후의 대작인 현악4중주 제6번 Op.80을 들으면 편하지 않은 시대에도 이런 곡들이 나왔었다는 사실에 "음악가의 언어"를 다시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