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게 있다. 과연 그녀는 잘 살았을까? 모든 동화의 결말이 행복하게 끝나지만, 어른들 시선으로 다시 동화를 재해석하는 것을 보면, 뒷이야기는 항상 궁금하기 마련인가 보다. <미 비포 유> 마지막 부분에서 윌의 죽음 이후에 루이자의 삶은 어땠을까? 그 시작이 이 책의 첫 페이지다.

 

    "자신감이 생기고 자기 아빠 눈을 꼭 닮은 릴리를 보며 그 애가 알지도 못하면서 내게 준 모든 것을 떠올렸다(p.513)."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내가 그에게 무슨 일을 한 것인지 깨달았다. 내가 다른 사람의 중심이, 그들이 세상에 남을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p.493)." 이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패션전공으로 윌이 남긴 유산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였다면 루이자의 성품이나 성격과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6개월이란 시간동안 누군가를 알아가는 동안의 행복,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 사이에서 만족하지도 않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루이자에게 변화하는 시간은 릴리로 인해서였다면, 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샘 덕분이다. 그래서, 뉴욕으로 가는 기회를 놓쳤다가도 다시 잡으려고 노력했고.

 

    세상에서 공식적으로 허용하지 않은 존엄사가 끝이 시작이 된다. 윌의 죽음 이후 트레이너 가족의 해체와 각각 살아가는 혹은 살아지는 삶, 루이자 삶의 우연성과 윌의 죽음 극복기가 릴리라는 여자아이의 삶과 연결된다.

 

    조조 모예스 특유의 웃기려 하지 않는데 웃음이 새어나오게 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오해와 단정지음으로 그냥 인식되던 일들이 한 순간 뒤바뀌는 지점으로. 제이크와 샘의 관계를 진짜 알게 되는 순간, 직장 상사 리처드에게 유니폼을 반납하면서 할 말 다 하고 돌아서는 순간에 리처드가 하는 말, 루이자의 엄마와 아빠가 갈등과 화해에 이르기까지, 할아버지가 새는 발음으로 무엇인가 말하는 순간, 샘이 말한 약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일 때.

 

    상실을 봉합하는 과정이 치열하게 전개되거나 일부러 노력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어쩌면 루이자와 릴리, 샘처럼 등장하는 인물들이 착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줄 줄 아는 사람들이라 가능한 이야기인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읽는 내내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 그 죽음을 받아들이며 사는 다양한 관계-부모님, 여동생, 여자친구, 물리치료사, 알지도 못했던 가족들 등-를 현실적이며 사랑스럽게, 아주 사랑스럽게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