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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뛰는 것을 스스로 느낄 때가 있다. 리베라가 등판해서 공을 두어개 던져 포수와 눈맞추는 그 짧은 시간. 월드시리즈를 보면서 단순히 그가 MVP가 되어서가 아닌 그가 보여준 시간의 역사가 또 다시 심장을 뛰게 했다. 그리고, 그의 말(자신이 스스로 잘나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구단과 뉴욕시, 그냥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과 그것을 바라보는 관중석의 사람들이 우리나라와는 다른 미국문화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1. 야구 : 우리나라 올스타전의 매력은 나름 빅매치로 자신이 꼽는 경기에 모자란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데, 최소한 넥센의 나이트 선수를 보면, '이 선수를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궁금해질 때가 있다. 한국에 대해 관심있는 선수, 이 선수가 화를 낸다는 것은 무엇인가 경기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게 되는 선수, 팀분위기가 안 좋아도 최소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는 선수. 이런 선수가 올스타전에 팬투표 선정에서 상위권에 들기 힘들다는 것. 일방적으로 어느 한 편을 응원하는 정치문화에 익숙한 탓인지, 혹은 정말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들이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는 주관이 객관성을 압도하는 탓인지 열심히 뛰는 선수들에게 미안해질 때가 있다. 이 선수 뿐 아니라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그 자리에서 열심히 뛰는 모든 선수들에게.

2. 정치 : 산업화시대에는 이기는게 중요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

우리나라 총리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게 의심이 들었다. 청와대는 그렇다 쳐도 총리는 지혜로울 거라는 기대감이 무너졌다. 골을 넣고 이겨야 하는 게 축구가 아닌데 역시 산업화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 약자보다 강자입장에 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 나왔다.

지금 월드컵대표팀에 대한 인기 혹은 기대가 낮은 까닭은 동네 아줌마들이 봐도 공갖고 노는 초등학교 애들만도 못한 경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생각하고 공간을 열고 계산하고 들어가는 상호 소통 능력을 기대하는 것은 이미 접었다고 해도 뛴다는 게 뭔지 망각한 선수들처럼 보인다. 상대적으로 유럽클럽 경기를 보는 까닭은 그들이 한 경기 한 경기에 절대적인 투지를 보이지 때문이다. 그 밑에는 주급의 복잡한 상관관계가 있기도 하겠지만.

이기는 걸 강조한 김성근 감독님도 그 밑바당에는 생존해야 하는 이유, 자신이 보장해줘야 하는 젊은 선수와 코치들의 연봉이 머릿속에 계산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게다가 프로라는 자리만 아니라 독립야구단에서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 선수들과 함께 뛴다. 그렇다면, 이런 정신이 지금 정치인들에게도 있을까?

무엇때문에 이기는지도 모른 채 상반기에는 그랬으니 후반기에 이럴 것이다라는 말은 신성한 스포츠에 대한 모독처럼 들린다. 90분간 숨차도록 뛰어본 사람, 20초도 안 되는 순간의 한 루를 전진하기 위해 온 신경과 온 몸의 근육의 긴장을 놓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3, 관중들 : 이방인에게도 격려와 감사를 전할 수 있는 마음가짐

MLB를 보면 남미의 가난한 국가의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것을 본다. 물라토 혹은 메스티소. 백인에 비해서 어떤 순간에 더 많이 미안한 표정을 짓고 더 많이 뛰어야 하며 연봉도 그만큼 보장되지 않아도 뛰어야 할 때가 있다. 선수들이 많은 탓에 루벤 리베라처럼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마리아노 리베라 개인의 선수생활의 기본 마음가짐도 있겠지만, 이미 고인인 조지 스타인브레너, 뉴욕 양키즈 구단 관계자들, 리베라를 보는 야구팬들이 그에게 보내는 격려와 고마움이 있다. 블론 세이브를 연속 기록하고 중요한 월드시리즈에서 흔들려서 결정적으로 팀이 우승컵을 안아보지 못해도 그가 선수생활 동안 남미 선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 모습들. 그것 자체만 보고, 편견이나 일방적인 판가름으로 좋고 싫고를 말하지 않은 관중들과 매체들, 팬들이 더 대단하게 보인다.

그런데, 정작 이 좁은 대한민국이란 땅에서는 한 쪽에서 이야기하면 '그래, 너 이야기 해 봐' 이런 식의 반응이 많다. 신문을 아침에 봐야 하면서도 정작 아침에 보지 못하는 까닭은 문제와 답을 알면서도 컴퓨터용 사인펜을 잡고 동그라미 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상황에 머리가 멍해지기 때문이다.

리베라를 통해 마운드와 벤치, 관중석을 보게 되고 그가 서 있는 땅이 왜 그가 태어나서 자란 곳과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의 공기밀도가 다른지 다시 들여다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