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희망을 이야기 하는 책은 많지만, 다양한 모습의 희망을 들려주는 책은 흔치 않다. 더구나 그런 이야기를 하는 저자나 이야기 속 주인공은 이미 성공자(?)가 대부분이다. 과거에 어려움이 있었을지라도 책에 소개되는 시점에는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성공자이기에 그런 성공자의 이야기는 약간의 동기부여를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왠지 멀게만 느껴져 가슴깊이 와 닿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야말로 다양한 직업, 위치에서 희망을 이야기 한다. 일반적으로 여기기에 성공자라 할 수 없는 장애인, 노동자, 파출부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성공과 희망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남들이 어떻게 여기든 각자의 위치에서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사는 그들의 모습은 교과서적인 성공자의 모습과는 또다른 감동을 준다.

글쓴이가 사는 동네엔 '성아'라는 이름을 가진 34살의 소아마비 1급 장애인 아가씨가 있다. 남들이 5분이면 되는 거리를 1시간이나 걸리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서 박스를 모으며 살아가는 게 생계수단인 그녀는 정경희씨가 일하는 식당에도 매번 들르는데 모아둔 박스를 가져갈 때 마다 고맙다며 항상 환하게 웃는 그녀의 웃음에 힘을 얻는다고 한다. 더울 때나 추울 때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같이 고생하며 버는 돈은 한 달에 단돈 만원. 정말 숨이 콱 막힐 정도로 기가 막힐 금액이지만 82세의 노모를 모시는 그녀에겐 부모님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꿈이 있기에 매일 박스를 모아두는 이에게 감사하며 해맑은 웃음을 전해주고 하루하루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 누군가가 그녀는 애초부터 가진 것 없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 아니냐고 얘기 한다면 난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녀가 장애인이라서 그런 일을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아니라 그녀에겐 꿈이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고 힘든 일도 기쁘게 하는 것이라고.

"만약 생애에 제2판이 있다면 나는 나를 교정하고 싶다." 영국 시인 존 클레어가 한 말이다. 일부 나는 그의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무단가출은 다른 친구들도 더러 결행했다. 그들 대부분은 며칠 방황하다 학교로 돌아갔다. 그들이 부럽다. 다시 내가 16세로 돌아간다면 그 부분만은 교정하고 싶다.
그러나 생애에 제2판은 없다. 차라리 내가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를 기준으로 삼아 자력으로 일할 수 있는 현실의 하루가 밝았다는 것을 다행이라 여겼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날도 많았다. 그때는 잠을 잤다. 독서하고 글도 썼다. 먼저 써놓은 것을 고치기도 했다. 돈이 없어 여행은 못 갔다. 외식도 자제했다. 그게 전부이다. 무단가출 이후의 내 일상은.
- 31~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