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면에 다양한 지식을 축적해 온 다치나바 다카시. 그의 책읽기 지론이 참 특이하다. 그의 방법론 또한 남다르다.

 

글쓰기엔 스키밍과 스키핑이란 게 있다. 글을 훑어 읽거나 건너뛰는 것이다. 다치바나는 "목적만 확실하다면 단 시간 내에 상당부분을 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다치바나는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방대한 정보를 매일 폭식하고 있다.

 

그는 보통 사람 기준으로 보면 지겨울 법한 신문 스크랩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다. 한 예로 록히드 사건의 경우, 무려 350권 정도에 달한다. 그의 말대로 '무시무시한' 분량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잡지 역시 매일 산더미 같은 분량을 열람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치바나의 글쓰기는 바로 그 엄청난 '입력' 때문일까. 흥미롭게도 입-출력이 반드시 비례하진 않는다. 그는 책 후반부 '출력' 부분에서 글쓰기의 어려움에 대해서 토로했다. 머릿속에 정보를 입력하는 일은 기계적으로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반면에 출력은 다르다는 것.

"이 과정은 술을 제조하는 공정과 유사하다. 주조의 핵심공정, 즉 발효공정은 효모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지 사람 손에 의해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잔재주는 사실 발효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다치바나에 따르면 "생각의 소재가 되는 것들을 이것저것 머릿속에 채워 넣은 다음, 그 나머지는 머릿속에서 뭔가 생각이 숙성되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만한 뭔가가 나오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한수지도를 받으려는 후학들 입장에서 보면 아리송할 듯싶다. 이에 대해 그는 무의식의 능력을 믿으라고 조언한다. 사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엄청난 정보가 보관되어 있다. 필요할 때마다 그 정보는, 엄청난 속도의 정보처리 과정을 거쳐 뇌 수면 위로 떠오른다. 다치바나는 이를 사전 이야기를 빗대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