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물가도 워낙 높아지고 사람들의 씀씀이도 헤퍼져서 인지 아이들도 돈에 대한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것 같아 걱정인 요즘이다.

올해 설날만 해도 초등학교 2학년 아이에게 5,000원을 새배돈으로 줬더니 너무 적어서 받지 않겠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5,000원으로 뭘 사느냐며 안 받아도 그만이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가 막혔다. 물론 이런 아이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돈을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행동이 옛날보다는 많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나 어릴 때는 빨간 색 돼지 저금통이 하나쯤 없는 집이 없었고 용돈 기입장이라는 것도 만들어서 적고는 했는데... 그 돼지 저금통을 열어서 부모님 선물도 사드리고 하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했는지 아직까지 나는 기억한다.

 

어린시절의 그런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겨서인지 나는 지금도 집에 여러 가지의 저금통을 사 놓고 동전별로 따로따로 모아놓는다. 이젠 이 돈을 모아서 뭘 사야지~ 하는 기대감보다는 그냥 소소한 그런 재미들이 더 좋다.

 

이 책의 주인공인 소영이는 친구 솔이가 산 개구리 왕자 머리핀이 너무 갖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절대로 사주지 않겠다고 하신다. 소영이의 부모님은 대신 심부름을 해서 틈틈이 모은 동전으로 나중에 그 머리핀을 사라는 조언을 해주신다. 처음에 소영이는 만원이나 하는 머리핀을 동전 모아서 언제 사느냐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모으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저축의 재미도 발견하게 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난 책 초반에 있던 한 장의 그림 때문에 얼마나 배를 잡고 웃었는지 모른다. 집에 오신 어른들이 소영이에게 큰돈을 용돈으로 주시면 엄마가 맡아둔다고 가져갔다고 투덜대는 그 부분에서 엄마 품으로 들어가는 돈들이 정말 리얼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억울해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그걸 바라보는 소영이의 모습은 너무도 귀엽기만 했고 말이다.

 

소영이의 부모님은 소영이에게 비싼 핀을 사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소영이 스스로가 과소비를 줄이고 자신이 힘들게 돈을 모아 필요한 물건을 사는 즐거움을 알아가게 도와주고 있었음을 우리는 책을 통해 배우게 된다. 아직 경제 관념이 부족한 아이들은 필요하면 부모님께 떼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무조건 받아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또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가 자제할 줄 아는 힘을 기르는 것도 저축하는 습관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도 빼먹으면 안되겠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네의 무시무시한 속담이 있다.

그 속담이 행복한 미래를 가져다주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조금씩 돈을 저축하는 일의 중요성과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자신의 힘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는 일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알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