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멋진 가을에 시를 읽고 감동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심은 참 큰 축복입니다.

날씨 때문인지 시를 읽으며 기분 좋음과 순수해지는 느낌이 샘솟듯 솟아나옵니다.

이 시집은 한주제로 두편의 시를 읽는 느낌이 듭니다.

김용택 시인이 감명받은 한편의 시와 함께 자신의 감상평을 함께 펼쳐놓았는데 시도 시요 감상평도 시라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어둠 속을 달리는 기차를 검은 꽃가지로 환한 불빛으로 보이는 기차 속의 사람들을 꽃잎으로 밤에 피는 꽃 지하철을 묘사한 글을 읽으면서도 전율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들이 춤추듯 표현되는지....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청춘을 물건처럼 세워두고 세어본다는 표현도 참 마음을 떨리게 합니다.

바다와 나비라는 시에서는 나비가 바다에서 날아다니는 풍경이 저절로 그려집니다.

유승도의 "나의 새"라는 다정다감한 산문시도 좋았어요

새가 아침햇살보다 먼저 찾아와서 아침이야 아침이야 나를 불러 아침을 안겨준다는 표현....

아침마다 창가에 지저귀는 새가 날아들때 이런 정서를 표현할 수 있는 시인들은 참 존경스럽고...

윤동주에 대해 김용택시인은 "깊은 산골 샘물 같은 영혼을 가진 사나이"라 표현했습니다.

자화상이란 시에서 달과 구름과 하늘과 가을 바람을 담고 있는 우물에 비친 자신에 대한 묘사도 인상적입니다.

우물에 비친 자신을 미워하다가 가엾어하다가 결국 그리워하는....

이보다 더 자화상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그 영혼이 샘물처럼 맑지 않으면 이런 시가 탄생하기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시를 읽으며 내 영혼도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