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모모타로와

안타까운 카구야히메 이야기

  ‘옛날옛날 어느 마을에….’로 시작하는 정겨운 전래동화. 어릴 적에 많이들 읽으셨죠?^^ 우리 모두 적어도 한 번쯤은 재미있고 따뜻한 전래동화를 들으며 새근새근 잠들었던 기억이 있을 거예요.

서양에 무도회에서 유리구두를 떨어뜨린 신데렐라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꽃신을 떨어뜨린 콩쥐가 있고, 서양에 못된 귀족들을 혼내주는 로빈훗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 있지요.그럼 혹시 일본의 전래동화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나요?아마 바로 뭔가가 떠오르는 분들이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오늘은 조금은 생소할지도 모르는 일본의 전래동화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우리네 동화만큼이나 정겹고 아기자기한 일본의 전래동화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1. 모모타로(桃太郎) 이야기

‘모모타로 이야기’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영웅담입니다.‘모모’는 복숭아라는 뜻이고 ‘타로’는 일본인의 이름 중 약간은 고리타분한 느낌이 나는 남자아이의 이름으로, 주로 장남에게 붙이곤 하지요. 첫째는 타로(太郎), 둘째는 지로(次郎), 셋째는 사부로(三郎)가 되는데요 우리나라 식으로 하자면 일남이, 이남이, 삼남이쯤 될까요^^ 그러니까 ‘모모타로 이야기’는 ‘복숭아 소년 이야기’ 정도로 번역을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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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날 어느 마을에 한 노부부가 살고 있었답니다. 할아버지가 나무를 하러 간 사이 냇가에서 빨래를 하던 할머니는 강물 위를 둥실둥실 떠내려오는 커다란 복숭아를 발견하는데요, 여기서 태어난 소년이 바로 복숭아 소년, ‘모모타로’랍니다. 보통 아이들과 다르게 복숭아 속에서 태어난 비범한 모모타로는 과연 남다르게 튼튼하게 성장하였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깨비섬에 살고 있는 도깨비들이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하였습니다. 모모타로는 물건을 빼앗거나 사람을 잡아가는 도깨비들의 행패를 가만히 둘 수 없어 도깨비를 퇴치하러 떠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할머니가 주신 수수경단(きび団子)을 가지고 씩씩하게 떠난 모모타로는 용감한 개와 지혜로운 원숭이, 멀리 볼 수 있는 꿩이라는 든든한 조력자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 모두가 힘을 합쳐 흉폭한 도깨비들을 물리치고 마을은 평화를 되찾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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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어떠신가요? 굉장히 평범하고 전형적인 이야기라서 실망하시지는 않으셨나요?^^ 하지만 이런 게 바로 전래동화의 묘미 아닐까요. 소박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을 힘겹게 만드는 악의 무리가 나타나고, 그 속에 비범한 영웅적 인물이 등장해 평화를 되찾아주는. 주인공이 이길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은근히 다음 내용이 기대되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 복을 받는 기분 좋은 해피엔딩을 볼 수 있는, 그런 매력말이예요.

 1.청바지 브랜드 Momotaro Jeans   2.복숭아 모양의 모모타로 도시락    3. 모모타로 쿠키 

 (출처 : 야후 재팬)

홍길동이나 전우치 등 우리나라의 영웅 이야기가 오랜 세월을 전해 내려와 현재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처럼 모모타로 역시 일본인들에게 무척이나 사랑받는 존재랍니다.모모타로는 게임 캐릭터로 활용이 되기도 하고 청바지 브랜드 이름으로 쓰이기도 한답니다. 먹거리나 기념품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모모타로 캐릭터가 차용되고 있지요. 이는 역시 모모타로의 대중적인 인기를 반영하는 것이겠죠?

          4.오카야마 모모타로 축제(まつり) 포스터                        5. 모모타로 축제 퍼레이드
                                                                                                                                                  (출처 : 야후재팬)

 그러나 모모타로가 가장 생생하게 살아있는 곳은 모모타로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이라고 전해지는 ‘오카야마(岡山)’라는 마을입니다. 역 앞에는 모모타로 동상이 세워져 있고 매년 모모타로 축제를 개최하기도 하지요. 모모타로 축제는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했다고 하는군요. 또 오카야마에 가면 모모타로를 소재로 한 아기자기한 기념품들과 동화 속의 수수경단도 만나볼 수도 있답니다. 이렇게 전래동화 하나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 모티브를 관광상품으로서도 잘 살려내는 일본, 역시 관광대국이라 할 만 하네요. 다음에 일본에 가게 되면 오카야마도 꼭 한번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수경단(きび団子)                             모모타로 동상

 출처 : 일본 廣榮堂本店　홈페이지 및 야후 재팬

2. 카구야히메(かぐや姫) 이야기

이번에 소개할 이야기는 대나무에서 태어난 ‘카구야히메(かぐや姫)’의 이야기입니다.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선녀와 나무꾼’과도 살짝 비슷한 분위기를 띱니다. 그럼 어떤 이야기인지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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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느 할아버지가 대나무를 구하러 대나무 숲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무엇인가 환하게 빛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가까이 다가가 빛나고 있는 대나무를 잘라보니 그 안에는 귀여운 여자아이가 있었답니다. 할아버지는 그 아이를 데려와 ‘빛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운 아가씨’라는 의미를 담아 ‘카구야히메(かぐや姫)’라고 이름 짓고 할머니와 함께 소중하게 키웠답니다. 이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대나무에서 많은 금을 얻고 풍족하게 생활하게 되었지요.
세월이 흘러 무척이나 아름답게 자란 카구야히메는 많은 젊은이들의 구혼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절대로 가져올 수 없는 것들을 요구하면서 모든 구혼자들을 거절하였지요. 끝까지 남은 최후의 5명마저 그녀의 난제를 해결할 수 없었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한 천자가 청혼을 하였는데요, 카구야히메는 천자의 청혼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시를 교환하는 것만은 허락하였습니다. 그렇게 3년 간 시를 주고 받으며 둘은 조금씩 애정을 키워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카구야히메가 달을 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연유를 묻자 카구야히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사실 달에서 온 천녀이기 때문에 이번 보름날 달로 돌아가야만 한답니다. 이대로 이 세상에 있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괴롭습니다” 그러자 소식을 전해들은 천자는 많은 병사들을 대기시키고 그녀를 지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보름날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병사들은 꼼짝도 할 수 없었고, 결국 카구야히메는 마차를 타고 시녀들의 호위를 받으며 밤하늘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답니다. 
카구야히메는 천자에게 줄 불사의 약을 남기고 떠났지만 천자는 그녀가 없으면 불사의 약도 의미가 없다고 여겨 이 약을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에 봉하였습니다. 그 산이 바로 현재의 후지산(富士山)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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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야후 재팬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달’하면 ‘카구야히메’를 떠올리곤 하지요. 한 예로 2007년에 발사된 일본의 달 탐사선 셀레네(Selene)의 애칭이 ‘카구야’랍니다.

이렇게 안타까운 결말을 맞은 카구야히메 이야기는 그 특유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답니다.

이 낭만적이고 신비로운 이야기는 일본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종종 만화나 영화의 소재로서 차용되기도 하는데요, ‘카구야히메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것은 시미즈 레이코의 ‘월광천녀’라는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는 ‘월광천녀’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었지만 원제는 ‘카구야히메(かぐや姫)’로 무엇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만화 ‘월광천녀’

 이 작품은카구야히메의 환생이라고 볼 수 있는 여주인공 오카다 아키라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그녀는 카구야히메가 그랬던 것처럼 대나무숲에서 발견된다는 설정을 따르고 있죠. 원작 카구야히메 이야기와는 달리 ‘월광천녀’에서의 카구야히메는 천자로 인해 달로 돌아가지 못하고 섬에 갇혀 오랜 세월을 지내게 됩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카구야히메와 황제는 각각 환생하여 새로운 인물로서 살아가게 되는데요, 천자의 환생으로서 달과 아키라를 속박하려는 카시와기의 음모에 의해 아키라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이 여러가지 험난한 사건들을 겪게 된답니다. 스토리 전반을 휘감고 있는 묘한 긴장감은 카시와기로 인해 지구와 급속히 가까워진 달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놓기 위해 주요 등장인물이 우주로 떠났을 때 절정에 이르는데요, 이들은 과연 어떻게 달과 카구야히메를 지켜낼까요?^^

이처럼 카구야히메 이야기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하여 한 편의 거대한 SF서사시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놀라운 발상으로 가득한 흡인력 있는 스토리와 제각각 개성을 뽐내는 매력적인 등장인물들로 인해 많은 인기를 얻으며 수많은 마니아들을 낳았습니다.사실 이 작품은 굉장히 큰 스케일의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에 위에 적은 것처럼 몇 줄로 간단하게 그 내용을 요약하기에는 살짝 무리가 있답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시간을 내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정말 멋진 작품이니까요^^ 완결인 27권까지 다 읽게 된다면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일본을 대표하는 두 가지 전래동화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두 이야기 외에도 순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혹은 용맹한 영웅의 이야기가 담긴 재미있는 전래동화가 많이 있답니다.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색다른 매력이 있는, 그리고 현재 일본의 문화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는 일본의 옛날 이야기들, 조금 관심이 생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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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시사일본어사 블로그 (http://blog.naver.com/japansisa/110097213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