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요시다 케이코의 음악을 접하게 된 계기는 인터파크 북피니언 이벤트에 올려진 ’Carolina (카롤리나)’ 라는 곡이었다. 쓸쓸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 후 나긋하면서도 속삭이는 듯한 여성 보컬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더욱 놀랐던 점은 그 여성 보컬이 일본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일본 뮤지션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외국어로 된 곡을 부를 때 일본식 발음이 거슬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요시다 케이코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브라질의 뮤지션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현지인들의 목소리와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게다가 보사노바 리듬으로 연주되는 반주음 속에서 속삭이듯이 부르는 그녀의 창법이 왠지 포크 음악의 느낌도 들어서 더욱 친숙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친숙치 않은 보사노바 음악이어서 그런지 앨범 부클릿엔 해설과 각 곡의 한글 해석이 첨부되어 있었다. 덕분에 요시다 케이코라는 여성 뮤지션에 대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그저 음악으로 듣던 곡의 해석을 읽으면서 음악을 보다 폭넓게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부클릿에 의하면 ’Depois Da Banda Passar (퍼레이드가 끝난 후)’은 브라질의 보사노바 뮤지션이었던 나라 레옹(Nara Leao)에 대한 오마주 성격이 강한 앨범이라고 한다. 나라 레옹은 60년 대 무렵 브라질의 대표적인 보사노바 뮤지션이었는데, 단지 보사노바에 국한되지 않고 민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통해 당시 브라질 군사정권에 저항한 강인한 여성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나라 레옹의 파란만장한 음악 인생이 보사노바 뮤지션으로 길을 걸은 요시다 케이코에게는 존경의 대상임을 이번 앨범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나라 레옹의 사후 20 주년에 맞춰 발매한 앨범은 그녀의 대표적인 곡 14곡을 선정하여 요시다 케이코 자신의 방식으로 부른 앨범이라고 한다. 나라 레옹이란 뮤지션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요시다 케이코의 음악을 듣다보니 두 음반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요시다 케이코가 들려주는 나라 레옹의 노래들은 정말 매력적이고 깔끔한 곡들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빠른 속도감으로 이루어진 곡의 구성이 특징인 첫 곡인 ’Pedro Pedreiro’으로 시작하더니 두 번째 곡인 ’Carolina’에선 차분하면서도 쓸쓸한 어쿠스틱 연주 후 요시다 케이코의 나긋한 목소리를 통해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려준다.

이처럼 요시다 케이코가 부르는 곡들은 차분한 어쿠스틱 기타와 드럼의 연주를 통해 리듬감을 전달하며 곡의 분위기에 맞게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목소리를 조합한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Tique-taque do Meu Coracao’같은 곡은 ’가슴이 콩닥콩닥’이란 제목에 맞게 틱탁틱탁이란 의성어를 통해 독특한 리듬감을 구성하고 있으며, ’Cantores do Radio’의 경우엔 플루토의 아름다운 연주 후 드럼 비트의 흥겨운 리듬으로 이루어진 음을 통해 깔끔하면서도 즐거운 느낌을 전달한다. 이 밖에도 남녀 보컬이 주고 받는 식으로 이루어진 곡이 특징인 ’Noite dos Mascarodos’, 차분한 리듬과 아름다운 플루트 연주가 인상적인 ’A Rita’ 등의 곡들이 매력적이며 마지막 곡인 ’A Banda’는 행진곡에 등장하는 북소리를 연상시키는 드럼의 비트 이후 차분한 목소리로 행진곡의 흥겨움을 전달한다.

위에서 언급한 곡들처럼 어쿠스틱 기타와 드럼 연주 그리고 아름다운 플룻 연주가 어우러진 보사노바 곡들이 매력적이지만, 포크 음악을 연상케 할 정도로 차분한 연주 속에서 나긋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곡들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쓸쓸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쓸쓸한 요시다 케이코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Preconceito’, 역시 쓸쓸한 분위기를 통해 차분한 느낌을 전달하는 ’Opiniao’가 인상적이다. 특히 ’나를 잡아가도 좋아/(중략)/나의 의견은 바뀌지 않으니까/(중략)/내일 죽는다 말한다면 하늘에 가까이 간다는 것이지’로 이루어진 곡의 내용은 쓸쓸한 분위기에서 어떠한 의지를 발견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다른 곡들에 비해 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Samba E Amor’는 쓸쓸하면서도 나긋한 요시다 케이코의 목소리를 통해 차분한 감정을 전달한다.

보사노바 장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상태에서 요시다 케이코의 앨범을 접해서 이번 앨범에 대한 느낌을 글로 적기 힘들었다. 하지만 오랫만에 깔끔하면서도 나긋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여성 뮤지션의 이름을 알게 되어서 기쁜 느낌이 들었다. 나긋하면서도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의 매력과 차분하면서도 깔끔한 리듬으로 이루어진 보사노바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낀 점이 앨범을 들으면서 느낀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DepoisDaBandaPassar, KeicoYoshida, 음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