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내 인생 최고의 책’에 등장하는 중년 여성 에이바도 바로 기적을 맛본 사람인데, 어린 시절 동생의 죽음으로 평생 죄책감에 시달렸고, 남편의 외도와 딸의 방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던 그녀를 일으킨 것은 한 권의 책이었다.

  25년간에 걸친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른 에이바가 친구 케이트의 추천으로 북클럽에 가입하게 되는 것으로 책의 줄거리는 시작된다.

  그는 거기서 주어진 한 해의 주제,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책’을 두고 고민하다가 불현듯 어린 시절 읽었던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라는 책을 기억해내는데, 이 책 덕분에 때 이른 죽음을 당한 여동생 릴리와 종적을 감춘 어머니 샬럿으로 인해 겪은 트라우마를 견뎌낼 수 있었다.  

    에이바는 북클럽 멤버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저자가 간담회를 해주기로 했다며 거짓말을 하고 저자와 출판사를 찾기 위한 여정에 돌입하는데, 결국 파리까지 가게 된 그녀는 술과 마약으로 점철된 방황 끝에 파리 책방의 온기 속에서 새로운 삶의 동력을 찾아가기 시작한 딸 매기와도 조우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죽은 동생과 죽은 줄 알았던 어머니에 대한 숨겨진 진실에 도달할 수 있는 결정적 팁도 얻게 되고, 책을 통해 어두운 터널을 지나 마침내 빛을 향해 가는 에이바와 매기의 고투가 작가의 따뜻하고도 연민 어린 시선 속에서 그려진다.  

 

   에이바는 책을 통해 과거의 비밀을 파헤치게 될 뿐 아니라 현실의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 안고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는데, 북클럽에서 작품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멤버들이 그간 어떤 아픔과 상처를 지닌 채 살아왔고 어떤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가면서 서로 동지애와 위안을 느끼게 됐기 때문이다.

   에이바의 오랜 친구이자 사서로서 북클럽을 주재하는 케이트, 삼십 대 초반의 젊은 남성으로 에이바와 잠시 연인 관계를 맺는 루크, 여섯 아이를 키워낸 엄마인 부지런한 루스, 에이바와 같은 날 들어온 신입 멤버로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는 홀아비 존 등은 우리 주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인물 군상인데,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참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공감하게 되는게 "내 인생 최고의 책"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