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 목욕탕에 가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장수탕 선녀님 속에 등장하는 장수탕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장수탕에는 선녀님이 살고, 선녀님은 요구르트를 요구룽이라 부르며 좋아한다.

백희나의 장수탕 선녀님은 위의 한 문장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동화책은 사실, 많은 글보다는 두드러진 묘사 속에서 나타나는 그림을 통해 우리가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림에서 드러나는 표정은 글이 아닌 그림이기에 훨씬 더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강점을 지녔다고 볼 수 있겠다.

적나라하게 표현된 목욕탕의 내부와 엄마를 따라가 떼를 열심히 밀어내던 나의 시간이,

장수탕 선녀님 안에 여실히 담겨 있어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실제하는 공간 속에 판타지를 입혀 만들어진 한권의 동화책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감질맛을 더해 페이지를 덮고 나면 슬며시 웃음지을 수 있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나는, 동화책과 함께 하는 순간을 즐기곤 한다.

목욕탕에서 선녀님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다시 목욕탕에 간다면, 장수탕 선녀님을 떠올리며

어딘가에 살고 있을 선녀님의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려볼지도 모르겠다.

선녀님만의 요구룽이라는 귀여운 발음도,

선녀님에게 요구르트를 선물하기 위해 열심히 떼를 밀었던 귀여운 꼬마 주인공도

어느 캐릭터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없었던 깜찍한 작품.

그래서일까, 

우울할 땐 장수탕 선녀님을 만나 웃음지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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