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음으로부터 배운 것’은 참 잘 쓰인 논픽션이다. 처음 이 책을 읽은 것은 사형수를 변호하는 변호사가 죽음에 대해 쓴 이야기라는 흔치 않은 주제에 호기심이 들어서이다. 이 책은 내 호기심 이상이었다.

 

저자의 직업은 사형선고를 받은 강력범죄자를 변호하는 변호사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단순하게 ‘사형선고를 받을 정도로 나쁜 일을 한 사람은 사형을 받아도 괜찮지 않을까’였다. 이 책의 주인공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한 사형수가 저지른 끔찍한 사건을 볼 때까지 그런 생각은 죽 유지됬다. 구체적으로 그 사형수를 들여다 본 사람은 누구나 나와 같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최소 여덟 명의 여자에게서 열두 명의 자식을 가진 범죄자였다. 어머니는 코카인 중독자인 십대 미혼모로 여섯 살인 그를 죽이려다 정신병원에 갔다. 하나 뿐인 친형은 열 살 때 권총 자살했다. 그를 돌본 것은 역시 처지가 나을 것이 없는 어린 이복 누나와 그가 가입한 갱단이었다. 그가 사형 선고를 받은 두 건의 범죄에서 문제가 된 살인과 폭력은 그가 가담한 돈을 갈취하는 과정에서 다른 갱들에 의해 저질러 진 것이었다. 정말 살인을 저지른 그의 사촌은 정신박약을 증명해 사형을 면제 받았다. 게다가 그는 좋은 사람이 되었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부모도 원망하지 않고 사랑한다고 한다. 다른 제소자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이고, 교도소에서 대학코스를 밟고 있었다. 교도관들도 그가 좋은 사람이라며, 사형당하지 않기를 바랬다. 나도 이 사람이 사형당하는 것은 부당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라면 그가 복역한 10여 년으로 충분히 출소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저자는 누군가 다른 사람을 고의로 사형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형 제도를 반대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누군가를 구금할 권리는 또 어디에서 나와야 하나? 위 사형수의 경우는 안타까운 면이 있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위험하고 악질적인 범죄를(나이 많은 홀로 있는 여성의 금품을 갈취하는 과정에서 저항도 하지 않는데 폭행하고 살인) 저지른 갱단의 일원이다. 험난한 가정사를 겪은 다른 형제들은 훌륭히 살지는 못하지만 그와 같은 사형수가 될 정도의 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 그의 가정사는 안타깝지만, 그의 범죄를 100% 대변해 줄 수는 없다. 죄질에 따른 형평성 있는 처벌과 재판과정에서 현명한 형량 구형은 중요하다. 위 사형수도 올바른 구형과 처벌을 받지 못한 문제이지, 사형제도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여전히 TV에 나온 연쇄 살인범의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것에 여전히 분개한다. 사형을 반대하는 저자의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 책을 보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보다 저자다. 그는 참 멋있게 사는 지식인이다. 누가 봐도 끔직한 일을 저질러 사형까지 선고받은 사람의 사형선고를 돌리는 일은 녹록치 않다. 불리한 법제도, 자신의 주장에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판사를 대상으로 어떻게든 자료를 긁어모아 서류를 꾸미며 실패를 예감하며,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사법부에도 좋게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는 사형제도를 반대한다는 그의 신념에 따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다른 분야의 변호가 아닌 사형수의 변호를 계속한다.

 

또한 그는 진정한 행복을 아는 사람이다. 저자의 일상은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독서와 음악,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나는 진정한 행복은 외적이고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목표의식, 취미 생활, 화목한 가정처럼 일상에서 소소히 누리는 것에서 삶의 의미와 활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일상에서 그가 느끼는 행복과 인생의 의미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이 책은 내용도 훌륭하지만, 묘사와 이야기 전개를 위한 구성도 좋고 참 재미있다. 논픽션이면서도 소설보다 더욱 재미있다. 변호사가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줄 몰랐다.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재간되는 명저가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