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뭐라고》로 친숙해진 작가 사노 요코가 친구에 대해 말하는 대담집 같은 책이다. 인터뷰이는 작가라는 걸 짐작할 수 있는데, 인터뷰어가 누군지 몰라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다. 책의 형식이 쉽게 풀어낸 에세이일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책을 읽다가 저자의 프로필을 다시 한 번 들춰봐야 했다. 38년 생인 저자의 유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 추억담이 영 공감이 가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시절부터 친구라는 존재는 내 학창시절의 전부라고 할 만큼 중요했던 존재이기에, ‘친구는 많았지만 우정이라 할 만한 정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하는 저자의 생각이 너무 시니컬하게 다가와 의외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의 중반부를 넘어서부터는 저자도 ‘우정’이라는 개념에 좀 더 자각을 가지고 접근하기 때문에 내가 기억하던 그 ‘전부’였던 관계를 그려낸다. 만사 제쳐 놓고 친구가 최고였던 시절은 무얼 해도 즐거웠다. 시덥잖은 소리에도 하루 종일 얘기하며 웃을 수 있고, 그 우정이 영원할 거라는 믿음으로 미래를 그려 나갔다. 심지어 장래희망까지 따라갈 정도로 언제나 무언가를 함께 도모했던 지난날들이 생각났다. 물론, 지금도 오랫동안 이어온 소중한 우정들이 나를 지탱하는 큰 축이다. 하지만 그 미래가 언제나 밝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회의가 그림자처럼 함께한다.

 

책의 마지막에 쓰여진 말처럼, 사람은 저마다 다양한 상황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서로 닮은 사람이라면 공감하고, 특이한 경우라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친구란 결국 그런 존재 아닐까.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이해하게 만드는 존재. 나 이외의 누군가에게 마음 쓰며 사회를 배우고, 생각을 넓히는 존재.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서 의외의 말을 듣는 때가 종종 있다. 처음엔 내가 이 친구를 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에 약간의 실망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알아왔던 친구도, 나도 조금씩 달라져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차이가 벌어질수록 우정은 멀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함께 하는 친구는 그만큼 더 소중해진다. 문득, 그 당연함을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가득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