まほろ驛前多田便利軒 :: 三浦しをん

곤란한 상황을 보게 되면 몸이 못견디고 참견을 하게 되는 습성탓인지 누구를 만나든 상대보다 말을 많이 하게 되는 탓인지 나도 모르게 남 일을 내 일처럼 하고 있거나 카운셀링을 자처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딱히 봉사 정신 박애 정신이 월등해서가 아니라 다혈질적인 면모 때문일거라 생각하는 것이, 뭔가 부조리하다, 미적지근하다, 답답하다 싶음 결코 시간이 흘러 알아서 변하게끔 내버려두지 않고 빨리 빨리 끝장내고 싶어하는 성급함을 스스로가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그 성격이 순기능이 되면 타인에게 [도움] 이라는 형태로 가서 좋을 수도 있겠지만, 세상 모든 일에 어디 순기능만 있더냐. 조금만 과해도 분명한 참견, 혹은 침해가 되고 자칫 잘못 생각하면 자기 기만적인 생각에 빠지기 십상이다. 스스로가 자신을 [봉사가] 로 미화시켜 본인에게 후한 별점을 매기며 자기 가치를 높이는데 활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움을 주었는데] 상대가 그에 합당한 댓가, 표현에 인색하면 금세 시무룩해지거나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일이 다반사다. 내가 상대에게 할애하는 시간과 마음에 그만한 수익을 올리려면 상대의 과장된 감사, 존재의 필요성, 절대적 의존도를 확인해야 하는데 상대가 당장의 마음 고통만 해결하고 아무런 지불없이 뒤돌아서면 그야말로 [낭비했다] 는 생각에 빠져 [자신은 필요할 때만 찾아지게 되는 사람] 이라며 자기 연민에 훌쩍이게 되는거다. 이것이 바로 [자기 기만] 이다. 상대의 고민을 '들어줬다' 는 착각, 상대를 '진심으로 도왔다' 는 착각, 상대에게 '나를 할애했다' 는 착각, 그러니까 상대는 나에게 '고마워해야된다' 는 착각. 상대가 나를 정녕 '이용' 했는지는 몰라도, 나 역시 상대를 '이용' 하려고 했다는 것에서는 별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거기에 무슨 비용을 받으려고 하는가?

심리치료사들은 한결같이 [이 일을 하는 동안 자신도 치료받는다] 는 말을 곧잘 한다. 치료사, 정신과 의사라는 사람들이 모두 세상 모든 일에 능통한 것은 결코 아니다. 똑같은 사람이기에 겪을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지만 타인의 또 다른 삶을 듣는 것으로 습득한 지식과 짜맞춰 적절한 말을 골라 환자를 위로하고 안심시키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뛰어난 심리치료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능한한 많이 들은 사람일수 밖에 없다. 그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고, 어떻게 하면 마음이 편안할 수 있는지 좋은 대답을 많이 뽑아내다보니 자신도 거기에 맞춰 삶을 되도록 편안하게 살고자 하게 된다. 그러니 그의 '환자들' 을 통해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의 '환자'일 그도 치유받게 되는 셈이다. 비단 뛰어난 심리치료사 뿐만 아니라 우리도 대체로 타인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것' 으로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즉, 타인의 고민이 나를 낫게하니 값을 치뤄야 하는 쪽은 정작 이쪽이 아닐까.

다다의 심부름집에 의뢰되어 오는 일은 대개 '자신이 해결할 수 있을법한 일' 이다. 그런데 참 그렇다. 내가 해결해야되는 내 일은 남이 해결해주었으면 좋겠고, 남이 해결못해 쩔쩔매는 일은 내가 어떻게든 참견해서 고쳐주고 싶어진다. 그것 역시 자기 기만일까. 아님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야만 하는 사람이라서 당연한 것일까. 스스로의 행위에 당위성을 주고 싶으니 서슴없이 후자를 선택하련다. 다다가 그토록 잡스러운 일을 기꺼이 도맡아 했던 것도, 무능력한 백수 같던 교텐이 죽음을 무릅쓰고 소박한 타인들의 인생에 참견한 것도, 심지어 초라한 밤거리 아가씨들이 갈곳없는 치와와를 받아준 것도 모두 자기 자신을 구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스스로의 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못하는 주제에 남의 일에 적극적이라는 건 비아냥 거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더더욱 남의 일에 적극적이 되는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남을 "돕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 남을 돕는 일에, 타인의 일에 관심이 적은 사람은 그만큼 자신의 일도 해결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와 다름이 없다. 자신의 일은 해결되길 바라면서, 제 코가 석자라서 남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는 말만큼 이기적이고 자기기만적인 것이 또 없다. 단지 타인에게 무심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외로움이란 것은 해결되기 마련인데, 뒤돌아서 외롭다 괴롭다 하는 것은 스스로 자처한 자기연민에 불과하다. 아무하고도 관계 맺고 싶지 않았던, 남의 감정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던 다다가 교텐을 통해 깨달았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결국 누군가와 [관계] 하지 않고는 스스로의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교훈 아니었던가.

타인의 사소로운 일에 노동하며 땀을 좀 흘리면 어떠랴.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에 시간을 할애해주면 어떠랴. 내 답답한 문제는 제쳐두고라도 타인의 아픈 부분을 물어봐주면 어떠랴. 듣는 동안 고통 받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구나 안심하고, 비슷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외롭지 않고, 나누는 것에 즐겁고, 이야기 하는 동안 내 아픈 이야기가 점차 사소로워진다. 그러니까 꼭 기브 앤 테이크가 없어도 무조건 내가 고맙다. 고민하고, 아파하고, 도와줄 수 있는 당신이 있어줘서 너무 고마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