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지킴이 안룡복 :: 리성덕

요즘 세대에게 있어 [나라를 지킨다] 는 개념은 어떤 것일까. 자발적이라기 보단 울며 겨자먹기로, 혹은 매도 먼저 맞는다는 각오로 의무 입대에 징집 되어 가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통과 의례 정도로 생각 되어지는 것은 아닐까.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에게는 짧지 않은 기간 고된 훈련과 교육으로 나라 수호의 필요성을 주입 받는다 하더라도 제 한 몸을 기꺼이 바칠 희생적 가치는 그다지 체감하지 못한다. 과연 이 시대에 이 땅에서 무기 전쟁이 재현 가능하겠는가 하고 의구심을 갖는 젊은이도 더러 있다. 그나마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하는 청년들이 이러할진대, 그 외의 여성이나 학생들의 책임 의식은 어느 정도일까. 해마다 돌아오는 6.25의 연례행사에서도 [반공] 에서 [통일] 로 주제가 옮겨진 시점에, 신세대들은 과연 어디에 대척점을 두고 자주 수호의 각오를 다지려 할까.

독도에 관한 이슈가 터져 나오면 구, 신세대 할 것 없이 저마다 우리네 땅이라며 목소리를 드높이지만, 그것도 실상 일본의 우익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발언할 때에만 발끈할 뿐 다른 때에는 그다지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우리의 영토이니 굳이 매일 확인할 필요가 없어서 라고 하더라도, 해외 지리서의 그릇된 표기 지적이나 일본 우익이 다시는 독도를 인용한 부적절한 언급을 하지 않도록 확답을 받으려는 노력을 지속 시키려는 의지가 미약한 것도 사실이다. 일본의 만행을 직접 목도하여 기억하는 구세대에게는 서류상이라도 영토를 앗아가려는 그들의 태도가 원통하고 어이없는 수작으로 다가오겠지만, 해를 거듭해 가며 바뀌는 신세대들에게는 교과서적 인식 교육 이외에는 그 감정을 희석 없이 전달 받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독도 지킴이] 라는 명칭을 달았지만 사실 독도를 포함한 울릉도 일대를 사수했던 안용(룡)복은 조선 숙종 시절, 신분이 천한 어민임에도 불구하고 영토권에 대한 일본 막부의 공식 약조를 받아냈던 인물이다. 정부의 안이한 외교 정책 때문에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잃어버리게 된 울릉도의 소수 주민들을 위해, 앞장서서 투쟁하고 일본 영토까지 찾아가 그들 앞에 당당히 권리를 주장하며 목숨을 위협 받는 와중에도 기개를 잃지 않았던, 나라 한 귀퉁이를 지키기 위해 그야말로 온몸을 불살랐던 그는 어이없게도 그 공로를 인정받기보다 고작 관리를 사칭했다는 이유로 조정에 압송되어 귀양에 처해진다. 비록 일시적인 기간이었다 하더라도 평범한 국민 한사람 덕분에 영토가 외세에 위협받지 않게 된 것인데, 국가는 그의 애국심과 그로 인한 결과보다 부조리한 법도와 위신에만 연연했다는 치졸한 역사 기록을 남기고 만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역사는 오늘날 이 땅에서 다시 되풀이 되고 있다. FTA 라는 외세로 힘없는 국민들이 삶의 터전을 위협받고 있는데, 국가의 안이한 외교 정책은 숙종 시절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심지어 안용(룡)복에게 귀양을 내린 것처럼, 투쟁하는 농민들에게 법치와 제도의 잣대를 들이대며 구금하거나 과격한 진압으로 죽음에까지 이르게도 했다. 그때의 일본인이 교묘하게 울릉도를 자기네의 것으로 귀속 시키려고 음모하고 계획했던 것과 지금의 외국 자본이 우리 고유의 산물을 밀어 내려는 의도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때의 조정이 울릉도는 아무 가치도, 이익도 없는 땅이라고 매도하며 성급한 판단을 내린 것과 지금의 정부가 우리네 영농업의 가치를 저버리는 일이 서로 별개의 것이라고 과연 말할 수가 있을까. 한 농민의 처절한 죽음이 안용복의 외로운 사투와 다를 것이 뭐란 말인가.

나라를 지킨다, 즉 애국심은 자신이 속해 있는 곳이 위협받을 때 발현 되는 감정이다. 통일을 위한 대화의 물꼬를 트려고 하는 지금, 구차스런 이데올로기와 개인의 복수심으로 대립을 대물림 하려는 구세대들의 의식은 신세대들과의 의견 격차만 벌려 놓을 따름이다. 이제는 대척점의 교육을 달리 해야 한다. 무엇이 나라를 위협 하는지, 무엇을 지켜야만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사명감을 가져야만 하는지, 의무를 강요하기 전에 납득의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정에서 일차적인 의식 변화가 있어야 하겠지만, 교육 기관과 더불어 무엇보다도 언론 기관의 역할이 막중하다. 공동체를 두려워하면서도 공동체에 열광적인 현 통신 세대들을 통합하는 것은 언제나 미디어가 주도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애국심] 을 유도하는 것 또한 진정한 [국방의 의무] 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고유 산물을 외세로 인해 포기한다는 것은 우리의 땅을 포기하고 내어주는 것과 같다. 독도를 단지 서류상이라도 타국에 넘겨주지 못한다고 분개 하는데 어째서 FTA 문제는 같은 시선으로 볼 수가 없을까. 땅을 지키는 것이 긍지를 느끼는 일이라면 우리 산물을 지키는 것에도 긍지를 느껴야만 한다. 그곳이 아무리 나는 것 적고 사람 살기 어려운 돌섬이라도 돌보아야만 하듯이, 우리네 산물을 지키는 것에 대해 이윤을 계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신만의 소유권에 민감한 신세대가, 축구 경기만으로도 기꺼이 공동체에 뛰어드는 우리 세대가 안용복과 그의 고군분투를 이어 받은 농민들을 지지해주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으랴. 다만 그것이 진정한 나라 사랑이라는 깨달음이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