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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직업,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7인의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그들이 속한 세상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어 재미가 있기도 했고, 그들의 세계가 나와는 차원이 다른 듯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아무튼, 7인 모두 자기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계신 분들이라 그들의 이야기는 내 가슴 속에서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그들의 이야기는 한 편 한 편의 수필이 모아서 이루어졌고, 생생한 묘사 덕분에 읽으면서 그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는 듯 했다. 대부분 이름으로만 얼핏 알고 있었던 그들의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어 무척 좋았고, 글이란 역시 자신의 현실체험을 바탕으로 쓸 때 가장 진솔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용택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시를 쓰고 계신 분. 인상적이었던 그 분의 어린 시절 이야기. 시인이 초등학교 다닐 때 소원이 소풍날 반찬으로 멸치 볶음을 가져가는 것이었다는 이야기에 웃음이 나왔다. 나와는 다른 시절을 보낸 그분의 어린시절 이야기에 공감이 되지는 않았지만, 지금 우리가 얼마나 풍족해졌는지 새삼 감동스럽기도 했다. 시인은 지금까지도 무척 검소한 생활을 하고 계신 것 같다. 그리고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평생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시면서 생활했다는 이야기도 놀라웠다. 시골 학교에서 자연 경관을 벗삼아 지내시는 풍경이 마치 동화처럼 잔잔하게 다가왔고, 그 분의 시를 닮은 삶의 길을 걸어오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도 무엇이 되고 싶은 게 없다는 그 분, 누구보다 자유롭고 행복한 인생을 살고 계신듯 하다.

이충걸 이분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독특한 문체, 그리고 약간 엉뚱한 생각들이 느껴졌다. 그분이 소설을 쓰게 된 이야기도 알게 되었고, 엘튼 존의 다이아몬드 예찬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으며, 아내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는 법이라는 내용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한편 한편 짧은 소설같기도 했다.

서민 기생충학이라는 평범하진 않은 분야의 박사이며, 교수로서 또 칼럼니스트로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자신이 못생겼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못생긴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녹록치 않았음을 고백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를 그대로 드러나는 듯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 분은 감수성이 퍽 풍부하신 것 같다. 버려진 고양이를 다독이는 모습이나, 아내에게 정성껏 손편지를 써서 감동을 준다던가, 여성이 한국사회에서 살기가 힘들거라는, 여성의 입장에서 대변하는 내용을 보았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송호창 정치인으로서의 삶, 이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치는 참으로 힘들고 고달픈 직업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성공을 꿈꾸기 이전, 자기 자신을 정말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 분의 어린 시절 할머니와의 추억 이야기,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로서의 마음까지 따뜻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박찬일 요리를 하시는 분인데, 참 그 요리란 세계가 일반적인 생각과 다르게 알아야 할 것도 많고, 복잡하기도 한 그런 세계 같다. 외국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오신 분이라서 그런지 육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었는데, 돼지고기, 내장, 순대와 돼지 귀, 지방, 닭껍질... 이런 심상치 않은 부위에 대한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으며, 독특한 그분만의 요리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홍세화 이 분의 전작,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라는 작품을 예전에 읽어본 것 같다. 프랑스에서 망명생활을 하셨던 이야기도 담겨 있고, 어린시절 동창과의 추억 등 진솔한 체험이 담겨 있었다. 외할아버지가 어린 시절 그에게 부드러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부드러운 사람을 경시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는...이야기가 특히 마음에 와 닿는다.

반이정 독특한 머리색깔이 인상적인 이 분은 미술평론가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가끔 한겨레칼럼을 통해 뵈었던 분 같기도 하다. 하지만, 미술에는 문외한이라, 미술평론가로서 그 분의 활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네이버 파워 블로거로도 선정이 되었으며 홈페이지까지 확인해 볼 수 있으니 꼭 들어가봐야겠다. 이 분의 유년기부터의 공상 몰입이야기, 자전거 마니아이면서 사고를 겪은 일화, 강연자 또 기고가로서의 자유로운 삶의 이야기 등 그만의 세계를 살짝이나마 접해볼 수 있었다.

7인의 이야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정말 흥미진진하여 읽고 있는 동안이나마 그들의 삶의 일부분을 간접체험을 하고 온 듯한 기분이 든다.

7인 모두 매우 개성적이고,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듯 하여 더욱 신선하고 재미를 주었던 것 같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글로서 생생하게 접한다는 건, 편안한 휴식과도 같은 달콤한 시간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