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 소설은 많다. 그런데, 지금까지 만나본 시간여행자들는 대부분 선한쪽이었다.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개인의 재미나 욕심으로 사용하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그 시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닥터'를 꼽을 수 있으리라. (지금까지 나온 닥터후 시리즈를 다 시청했을 정도이니;;) 특히나 닥터같은 경우에는 시간여행도 여행이지만, 우주에 사는 다양한 외계인들을 만나고, 신비로운 경험들을 하게 되어 더 빠져들게 되었던 것 같다.

 이번에도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소설 한권을 만났다. 그런데 특이한점은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내가 만난 시간여행자들은 대부분 선인쪽에 가까웠는데, <샤이닝걸스>의 시간여행자는 악인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시간을 여행하며 빛나는 소녀를 살해하는 연쇄살인마. 시간을 여행하는 연쇄살인마라는 설정자체부터가 나에겐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기존에 만났던 시간여행자들과 또다른 특이점이 있었다. 내가 만나본 시간여행자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누어 볼 수 있었다. 첫번째 분류는 시간을 여행할수 있는 힘이 자신에게서 나오는 이들이다. 아무런 장치없이 본인의 의지만으로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이들이다. 두번째 분류는 장치를 이용해서 시간을 이용하는 이들이다. 닥터의 타디스나, 타임머신등의 기계같은. 그럼 <샤이닝걸스>의 하퍼는 어떤가. 하퍼도 두번째 분류에 포함시킬수 있는것이 아닌가 싶겠지만, 나는 하퍼는 세번째 시간여행자로 분류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하퍼는 '더 하우스'를 통해 시간여행을 한다는 점에서 장치를 이용한 시간여행자도 될수 있겠지만, 두번째 분류에서는 장치보다, 시간을 여행하는 이들이 주(主)가 되어야 하는데, 하퍼의 경우는 이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점이 다르냐 하면, 하퍼는 '더 하우스'를 통해 시간을 여행하지만, 그가 주(主)라기 보다는, '더 하우스'에 이용당하는...복종하는 느낌이 더 들었기 때문이다. '더 하우스'의 주인은 그 집 자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악령이 깃들어 있는 집 말이다. 그래서 '시간'이라는 미끼를 이용해, 시간여행자들을 선택하고, 자신에게 재물을 바치듯, 그 여행자를 이용하여, 그들을 빛나는 소녀들에게로 인도하고 그녀들을 죽음으로 몰게 만드는...참으로 무서운 집. 하퍼는 사람이기에 시간여행을 하다보면 어떤 사고가 생길지 모른다. 그러나 '더 하우스'는 어떠한가. 하퍼가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하더라도 다음타자를 언제든 선택할 수 있으리라. '시간'이라는 그 매력적인 미끼로.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책장을 펼쳐들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건되, 시간여행을 소재로 하는 여타의 도서들과 비교해봤을때, 진도가 쉽사리 나가는 책은 아니었다. 시간이 들쭉날쑥해서 조금 산만한 느낌도 들고 혼동이 되어 다시금 날짜를 뒤적이며 머릿속을 정리해야 했다. 더불어 책을 넘기면 넘길수록 재미있다는 느낌보다는 다소 지루한 느낌마저 들었으니.....

곤란했다. 이러면 정말 곤란하다. 나는 어서 빨리 하퍼와 커비를 만나야만 했다. 어린 커비보다는, 살아남은 커비. 연쇄살인범을 쫒는 그 커비 말이다. 하퍼가 빛나는 소녀들을 만나고 그녀들을 죽이는 이야기들을 손에 땀을 쥐며 읽기보다는 그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궁금해 그냥 읽어내려갔던것 같다. 그리고 두~둥. 드디어 나는 연쇄살인범 하퍼에게서 죽을 고비를 넘긴 커비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커버가 그 망할놈의 연쇄살인범을 어서 빨리 잡기를, 어서 빨리 처단하기를 응원하며 읽어나갔다. (커비가 하퍼에게서 살아남은 그 순간만큼은 정말 손에 땀을 쥐며 읽었던것 같다. 하퍼가 커비를 죽이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너무나 잔인하고, 개가 너무 불쌍해서 마음이 아팠던.)

 

시간을 여행하는 연쇄살인범과 그에게서 살아난 한 소녀의 대결. 연쇄살인범을 쫒는 소녀라는 소재는 참으로 신선했는데, 왜 이렇게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는지..그 점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이렇게 소설로 읽는것과 달리 영상으로 접하면 훨씬 재미있을것 같단 생각은 든다. 책속에 등장하는 소녀들(죽음에 이르게 되는 빛나는 소녀들)을 조금 줄이고, 커비와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좀 더 긴박하고 흥미진진하게 풀어썼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은 들지만, 그래도 책을 덮은후 전체적인 줄거리를 생각해보노라니, 전체적으로는 흥미로운 소재와 스토리였음에는 인정!! 192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를 여행하는 기분은 어떨까 하는 상상만으로도 웬지 모르게 짜릿해진다.

 

연쇄살인범이 등장하지만, 하퍼자체가 무섭다기보다는 '더 하우스'자체가 무서웠다. 실제로 '더 하우스'는 이 소설속에서 크게 어떤 위협을 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더 하우스에 들어서고 시간여행이라는 달콤함을 맛보게 되면,, 우리는 '더 하우스'에 복종하며, '더 하우스'가 원하는 빛나는 소녀들을 죽여야 함을...그리고 더 하우스는 그러한 행동을 무한 반복할것이다. 그 사실자체가 무서웠던것 같다.

 

왜 제목이 <샤이닝 걸스>인지는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알게 될터...시간이 둘쑥날쑥이라 다소 지루한감도 없지나마 있지만, 하퍼가 만나가 될 빛나는 소녀들과, 그리고 하퍼가 이동하게 될 시간, 더불어 커비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나처럼 책장을 계속 넘기게 될 것이다. 준비 되셨는가. 그렇다면 즐건 시간여행(잔인한 시간여행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지만) 되시기를.

샤이닝걸스,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