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과는 다르게 이 책은 '대본집'이다. 대본집은 드라마에서 나왔던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를 그대로 실어놓은 것이다. 앞에 적혀진 용어정리를 보면 어느부분에서 화면이 전환되고 겹쳐지며 소리 효과가 들어가는지 카메라가 이동을 하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드라마를 글자로 보는 셈이다. 

 

대본집의 좋은 점은 생생함이다. 드라마를 보았다면 그 장면에서 어떻게 말했는지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고 보지 못했다면 자신의 생각을 통해서 드라마에서 어떻게 표현이 되었을까를 상상할 수 있다.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보기를 통해서 자신의 상상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비교해봐도 좋을 것이다. 

 

드라마를 굳이 챙겨서 보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 굿닥터라는 드라마가 방영이 될 당시에 몇편인가는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주원'이라는 배우가 이 '시온'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 냈었는지 기억에 남아있다. 윤서 역의 문채원 배우의 연기도 주원과 합이 잘 맞았던 듯 하다. 두 주인공이 그렇게 케미가 잘 맞을 때 드라마는 성공의 요소를 가지고 있게 되는 법이다. 

 

비단 두 주인공 뿐 아니라 그 둘을 받쳐 주었던 많은 다른 출연자들 또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남자 간호사로 나왔던 고창석 배우의 모습도 기억이 나고 특히 제일 고참 환자인 인해 역을 맡았던 아역배우가 아직도 뇌리속에 강하게 남아있다. 김유정이나 김소현 처럼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는 멋진 배우로써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어진다. 

 

이 대본집에는 맡은 배우의 이름이 적혀져 있지 않다. 등장인물 소개만 나왔았을 뿐이다. 아마도 고정관념을 가지는 것을 배제했을지도 모르겠다. 궁금한 사람은 직접 찾아보도록 유도했을지도 모르겠다. 각 장면들이 살아있었고 특히 주원의 대사 억양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대본집에서 시온이 말하는 글자를 볼 때마다 머리속에서 그 대사가 시온의 톤으로 재생된다. 

 

시온이 병원에서 적응을 해가면서 윤서와의 관계도 깊어진다. 혼자 고민해가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내려는 그의 노력은 가상하기까지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사랑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남아있다. 작가는 아마도 그러한 경향을 깨고 싶었던 것을 아닐까.

 

전 아직도 사람들과 조금 다릅니다. 말하는 것도, 행동도 조금 다릅니다. 그래서 다른 차이를 없애려고 많이 많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노력하면 할수록 아프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죽을 때까지 제가 다르게 살아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좋은 분들께서 그 차이를 메꿔주셨습니다.(441p)

주원이 다시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함을 인정받고 자격증을 받고서는 사람들에게 했던 말이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을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게 다르게 취급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무리들에 끼려고 노력했지만 그들은 '조건'이라는 것을 내세워 받아주지 않았다. 

 

비단 어린 시절 뿐 아니라 커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정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의 바깥에만 있어야 했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이 바로 이 동료들이다. 그들 또한 처음부터 시온을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다. 같이 어울리고 같이 생활하고 같이 일하다보니 시온이 자신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아니 어떤면에서는 자신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인정했던 것 뿐이다. 

 

사람이라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별이 무엇이 그리 중한가. 사람들은 정말 중요한 것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니 맞는 것 같다. 좋은 의사가 뭔지 고민하는 모든 의사가 모든 좋은 의사다. 그 사람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상처가 많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남의 아픔을 헤아리려면 자기부터 아픈 것이 뭔지 알아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아파할 거다.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 난 사람들 속에 있을 것이고 그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있을테니 말이다.(44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