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를 읽다 보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가에 따라 그 책의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는데 이 책 [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맞았지만,]은 공감할 수 있는 글이 많았다는게 커다란 장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지으신 작가님의 성함이 '달다'라는 다소 특이한 이름인데 그럼에도 어감이 참 좋네요. 책명에도 '달다'라는 글이 있는데 어쩌면 책명을 지을 때 저자님의 이름을 참고해 지은 것은 아닐까 상상해봅니다. 이 책은 글만 가득한 에세이가 아니라 그림과 함께 있는 에세이 책입니다. 작가님의 다재다능함이 멋지고 부럽네요. ㅎ 

 책 표지에 그려져 있는 입술이 안젤리나 졸리를 닮은 귀여운 여자 캐릭터의 그림이 아마도 작가님인 것 같아요. 그렇게 귀여운 캐릭터를 가지고 일상 속 이야기들을 그림과 글로 나타내었습니다. 저는 첫 장에 나와있는 그림과 글이 참 좋았는데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그림은 생략할게요).

 

행복을 묻다

어른들은 어린 내게 좋은 대학에 가면 행복이 온다고 했다.

대학생이 된 내게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면 행복이 온다고 했도,

직장인이 된 내게는 결혼을 하면 행복이 온다고 했다.

나는 알려준 대로 행복을 위한 모든 패를 완벽하게 사용했다.

목적지처럼 보이는 막다른 길에 이르러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행복은 어디에 있죠?"

메아리조차 없다.

어른이 되어버린 내게 대답해줄 어른은 더 이상 없다.

나는 그 자리에 엉거주춤 서서 길을 잃은 아이처럼 울었다.

(p. 6)

​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삶을 살았고 지금도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행복은 미래에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의 시간을 희생하고 바치는 시간들인데 그런 시간이 전혀 나쁘거나 부질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노력이 있어야만 차후에 어떤 성과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현재 또한 곰곰히 잘 생각해 볼 일입니다. 내일의 행복이 꼭 보장된 것은 아니니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도록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잘 생각하고 가꾸어야 할 일이지요. 제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 [love& free]라는 책에는 아래의 글이 있는데 참고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미래를 위하여 오늘을 견디는 것이 아니고

미래를 위하여 오늘을 즐기며 사는 것이다.

​

​

 이 책은 글과 그림이 함께 있어 전혀 부담감 없이 다가오는 점 또한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평소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에게 선물로도 좋을 것 같은 책입니다. 그리고 지금 계절적 영향을 받는 여름휴가 시즌에도 가지고 가서 읽어보기 좋은 책인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이 책에서도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몇 개 나오는데 그런 부분 또한 휴가에 여행을 가서 읽어본다면 더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이야기 중 하나인 페이지 85에 있는 비행기 속 할아버지 이야기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에게 비행기는 익숙해져 비행기가 이륙 후 바로 창문 가리개로 창을 덮었는데 옆에 계신 할아버지는 가리개를 올려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는 창밖 하늘을 비행기가 착륙할 때까지 유심히 보시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고 조금은 감동적이었습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그런 설렘과 감동, 감탄은 어찌나 아름다운 것인가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좁은 도로에 비스듬히 세워진 승용차 한 대.

도로는 순식간에 짜증스러운 경적소리로 가득 찼다.

오래지 않아 주차된 차의 주인이 뛰어나왔다.

축 늘어진 아이를 업은 남자와 울음이 터진 여자.

찌르던 경적소리와 고함소리가 잦아든다.

세상에 이해 못할 일이란 없다.

다만 서로의 상황을 알지 못했을 뿐.

(p. 102)

 

 이 글도 기억에 남는 글이네요. 점점 더 각박해지는 사회 속에서 서로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알아본다면 조금은 더 평화롭고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이 글을 보면서 조금 해보았습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안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 사람의 이야기들로 인해 그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런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그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이렇듯 이 책에는 어렵지 않지만 일상 속에서 만난 일들을 통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글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이야기의 소재는 여행, 직장 생활, 가족들의 이야기 등 소재가 다양했음에도 아주 동떨어진 이야기가 없었기에 거부감이나 생경한 느낌이 들지 않았던 점이 좋았어요.

 그리고 이 책의 주요 주제 중 하나인 것 같은 '나부터 생각하고 챙기기'라는 점은 언제나 마음에 넣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생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타인을 생각하고 의식하면서 살고 있지만 나 자신이 나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잘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탈무드에는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내가 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누가 나를 위해 살 것인가." 책 표지에 작은 글씨로 나와 있는 글처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나부터 좋게 살아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귀여운 캐릭터와 재밌는 그림이 있는 책이고 그럼에도 뭔가 뭉클하게 하고 살짝 웃음 짓게 하는 글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두어 자주 책을 들어 슬쩍슬쩍 보게 될 것 같은 책이네요. 재밌고 따뜻한 에세이였습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