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가히 파죽지세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서민의 동요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위험요소를 지니고 있다. 오죽했으면 중국조차 성장보다는 물가를 잡기위해 금리인상을 서두르고 있겠는가? 그런데 물가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여전히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모든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은 성장을 원한다. 낮은 금리, 양적팽창, 파격적인 대출, 과도한 소비, 법인세인하, 마치 윤활유를 듬뿍 칠한 엔진처럼 시장은 과열로 팽창한다. ‘성장’은 마치 모든 것을 해결해 줄 마법의 지팡이가 되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마지막을 잡아야 하는 치킨게임처럼 과열된 시장도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미국은 최대의 곡물 생산국답게 서브프라임 위기에도 인플레이션과는 별 관계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은 이자부담을 경감하는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 및 곡물을 수입하는 국가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수십 년 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원자재와 곡물가격은 2007년을 기점으로 폭등하기 시작하더니 4년여 기간 동안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2011년 한국은 구제역 파동과 배추 파동에 이어 사상 유례 없는 물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금리인상에 부정적이던 관료들의 목소리가 힘을 잃는 대신 연일 공정위의 물가 압력이 기업을 전 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물가상승의 원인을 기업들의 과도한 탐욕 때문이라고만 이해해야할까?

물가상승은 이미 세계 에너지 시장을 휩쓸고 있는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성장’과 발걸음을 같이하고 있었다. 과도한 에너지의 사용과 환경오염이 친환경적이라는 바이오 에탄올에 대한 수급을 불러일으켰고 멕시코, 브라질을 비롯한 옥수수 수출 국가들은 엄청난 양의 곡물을 에너지로 전환시켰다. 물론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았지만 세계는 마치 열병에 걸린 것처럼 곡물시장을 휩쓸었다. 하지만 바이오 연료가 식량 가격을 일으킨 주원인은 아니었다. 보다 중요한 관점은 경제성장과 식습관의 변화다. 개도국의 성장은 과도한 외식과 소비를 중심으로 빠르게 식량구조를 바꾸어 나갔는데 빈곤계층에서 중산층으로의 이동은 식량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고 있다. 결국 식량 가격은 정부의 정책, 기상의 변화, 에너지 가격, 미국 달러가치의 하락, 그리고 투기세력의 성장등 다수의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는 중이다.

‘식량의 경제학’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식량가격상승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조명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식량가격상승을 단순히 바이오연료의 성장으로만 이해해야 할까? 오히려 에탄올을 태우기 위해 더욱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기사내용은 바이오연료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식량은 최대 생산국들의 정치적 영향에 따라 가파른 움직임을 보인다. 특히 최근에 잦은 기상이변과 달러가치의 하락에 따른 곡물시장의 투기적 소요는 식량가격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지구촌을 한 개의 시스템으로 만들려는 거대 다국적 외식업체들 역시 불안정한 식량가격에 큰 일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체된 임금, 낮아진 돈의 가치, 높아진 소비수준, 시장이 원하는 데로 따라가야만 하는 걸까? 문제는 산적해있지만 어느 것 하나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식량경제학이 지닌 문제점은 무엇이고 우린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저자가 주목하는 미래의 식량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인구, 소득, 기술, 에너지, 정책 등 5가지다. 인구는 식량가격과 가장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2050년 지구 인구는 91억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평균출산율을 낮추어서 계산한 결과다. 만약 추정치가 빗나간다면 100억은 쉽게 넘을 것이다. 하지만 인구는 외적인 변수도 많아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보다 큰 영향은 소득에서 나타날 것이다. 최대 인구보유국에서 최고 성장국가로 거듭나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식량구조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차지할 것이다. 빠른 도시화로 식습관이 변화할 것이며 육류소비량은 더욱 늘어 날 것이다. 변할 것 같지 않았던 요소들 중 식량가격은 언제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미 식량가격 상승은 예고되어 있었지만 안일한 생각이 문제를 더욱 키워나가던 것이다. 정부는 안일함을 벗어나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해야할 것이며 기업은 최대 소비자인 서민들에게 공생의 길을 제시해야할 것이다. 이젠 혼자서만 살 수 없는 시대가 빠르게 오고 있다. 식량경제학을 통해 본 세계경제와 우리의 모습, 모든 것이 혼재되어있는 복잡한 시대를 대변하는 것 같다.

식량경제학, 인구, 소득, 기술, 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