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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판형은 큰편인데..  두께는 얇고, 안에는 삽화도 있다.

대학로에서 더 우먼 인 블랙이란 연극을 본뒤 구입한 원작 소설. 빠르게 읽히고.. 재미있다.

나의 영어실력에 비해 어려운 어휘가 많이 나오지만, 스산한 기운이 도는 Eel Marsh House에 대한 묘사, 날씨에 대한 묘사 등이 상당히 눈에 보일듯, 차가운 안개 섞인 공기의 촉감이 볼에서 느껴지듯, 문득 방 안에 바람이 휘잉하고 불듯, 느껴지게 만드는 책이다. 그림 보는 재미도 있고, 연극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연극의 구성에 감탄도 하게 된다), 연극에선 나오지 않던 장면이나 연극보다도 상세하게 풀어나가는 설명은 연극만큼이나 선명히 그려지는 멋진 작품이다. 동화적이면서도 등골 살짝 오싹한 유령이야기...

크리스마스 이브였나, 크리스마스날 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무서운 이야기를 돌아가며 들려준다. 그러나 아버지 '킵스'에겐 그런 이야기란 유도 아니다. 실제로 겪었던 무섭고 소름끼치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킵스에게 들려달라고 조르나, 킵스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따뜻한 크리스마스 밤에 히히덕 거리며 이야기할,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면서 노발대발 소리지른다. 그리고는, 젊은 시절의 킵스가 겪었던 무섭고 사연많은 유령이야기가 시작된다.

연극에서는 킵스가 이 공포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연출가를 찾아가 가족에게 보여줄 연극을 준비하는 마지막 리허설로 첫 시공간적 배경이 세팅된다. 개인적으로 2인극의 단점을 커버하는 이 재미있는 장치가 있어 연극버전이 더 좋았던 부분이다.

이 연극을 참 좋아한다. 후반부에서 미스테리 해결을 갑자기 데일리씨인지 제롬의 썰풀기로 메꾼 점 빼고는 참 잘 된 연극이었다고 느꼈다. 말로 늘어놓는 그 부분 빼면, 연극이 결말도 소설보다 잘 돼 있다. 조만간 다니엘 레드클리프 주연의 영화가 나온다는데, 연극 한 번 더 보고, 영화 나오면 영화도 보고 하고 싶다.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사실, 연극을 보았을 땐 그 스릴을 즐기고, 몰입하는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하고, 효과에 정신 못차리고, 무섭진 않은데 깜짝깜짝 놀라는 데 신경 쓰느라 여러 생각을 하질 못했는데, 막상 읽으면서 느낀 것은....

드라블로 부인의 집이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흉가라는 사실에 대해 아무도 정확히 킵스에게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말해주고 싶어하면서도 입을 다물다가 나중에 상황설명을 다 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뭐지? 싶었다.

드라블로 부인과 부동산 관련 문제로 얽힌 사람들의 이기심일까? 무서운 곳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알면서 킵스를 보낸 사람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라면 가지 말라고 하고 상황설명을 했을 텐데... 킵스가 사실을 알고 일하기를 거부하게 되면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책임을 다른 이들이 지기 싫어서였을까?

그리고 우리나라 귀신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우리는 '한'을 풀어줘야 하는데, 영국은 그 딴 거 없나보다. 그냥 무섭게만 하고 이야기를 끝낸다...

 삽화도 분위기에 맞고, 분위기 묘사도 표현이 좋아서 여러 좋은(? 우중충한 분위기를 설명하는) 형용사를 많이 알게 되었다. 얇지만, 점점 더워지는 날씨를 잊게 하는 재미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