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권의 책 ###

1. 천경자

헤밍웨이 정말 고맙습니다.
천경자화백의 작품이 담긴 이렇게 소중한 책을 견본으로 주시다니요.
고흐나 마티스의 경우에는 많이 접해본 작품이었지만 현대 우리나라의 여류화가인 천경자님의 작품세계에 대해서는 딱히 참고할 만한 책이 없었는데, 정말 감사해요.
천경자화백이라 하면 그 화려한 색채가 그 특징이지요. 특히 인물화에 담겨진 그 특징적인 눈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 괜히 제가 마음이 벅차고 그러했답니다.
우리 나라에도 이와 같은 훌륭한 화가가 있음에 마음이 좋았고, 또 발전하는 우리 미술사를 보는 것 같아서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충격으로 다가온 그녀의 그림들이 점점 인정을 받고, 시대마다 다르게 펼쳐지는 그림 또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지요.
한 그림 그린다는 사람들을 보면 명화를 흉내내는 그러한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천경자 화백의 경우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잘 살리고, 입체감있는 작품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담은 새로운 구도, 세계 각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현장을 세세하게 그리고...
비판할 만한 내용이 전혀 없는 아주 좋은 책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인물화에 있어서는 무섭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제가 너무 좋다면서 이것도 좋지 않냐, 저것도 좋지 않냐 자꾸만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도 정말인가? 라는 표정으로 책을 보았답니다.
아주 좋아요...

2. 고 흐

천재화가.. 약간은 광기를 보인 화가로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귀를 자르고 그린 자화상은 고흐의 작품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이 되었지요.
사실 고흐와 같은 경우는 작품의 내용은 훌륭할 수 있으나,
그 사람이 가진 생활태도를 아이들에게 들려준다는 것이 괜한 노파심을 불러일으키는군요. ^^
일단 작품이 더 중요하니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책을 읽었답니다.
헤밍의 이 책은 바로 작가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동화 속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얼이라는 아이가 등장하고, 한얼이 삼촌이 고흐를 좋아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되지요.
한얼이 삼촌은 고흐를 흉내내어 자신의 작업실을 노란색으로 칠했다는 군요.
“이 그림은 너무 무서워요.”
우리 아이가 감자를 먹는 사람들을 보면서 말한 이야기랍니다.
감자를 먹는 사람들은 그 시대 탄광광부들이 일을 마치고 저녁을 마무리하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정확하게 우리 아이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뒤이어 고흐의 동생에 관련된 이야기... 동생과 관련된 이야기에서는 우리 두 아이들의 우애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답니다.
고흐하면 특히 자신의 자화상을 잘 그렸는데요. 모델료가 비쌌다는 이유도 있었다는 군요.
명화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는 있지만 왠지 위인전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보았을 때는 그림과 관련된 해설이 더 풍부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목사가 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요. 만일 고흐가 목사가 되었더라면 유수한 작품들을 만나보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뒷부분에 나오는 원근법과 보색대비는 미술의 기교를 설명하는 부분으로,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냥 읽어주기만 했답니다. 오히려 제가 공부를 한 기분이에요.

3. 마티스

저는 마티스의 작품 <루마니아풍의 블라우스>에 대해 얽힌 기억이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때인가 우리반 아이가 모자이크 작품으로 이 작품을 꾸민 적이 있었는데, 어찌나 그 그림이 인상깊었든지, 늘 이 작품을 대할 때마다 그 친구가 생각이 납니다.
마티스에 대해서 읽어줄 때는 우리 아이들 옷을 입지 않은 모습이 우스운가봅니다.
"다들 옷을 벗고 있어.." 민망한듯 이야기를 합니다.
오달리스크를 그린 그림이 유난히 많았던 마티스... 마티스의 그림의 시작은 다른 화가들의 유명한 작품을 베끼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을 읽어줄 때는 우리 아이가 그러네요.
“열심히 그리면 되는구나”^^
마티스의 작품들은 색채에 그 특성이 있는 것 같아요. 왕의 슬픔 작품과 같이 색의 느낌은 너무나 다양하고 선명합니다. 요러한 작품들은 따라그리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붉은색 벽, 탁자... 과감한 색상은 우리를 그 작품으로 빨려들게 하는 효과도 지닌 것 같아요.
마티스의 일생에 따라 바뀌는 미술풍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흥미롭습니다.
야수파 사조를 이끈 마티스...
오달리스크 시리즈를 즐겨 그린 마티스... 그의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우리 아이들도 조금 더 커서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할 때 이러한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 서평을 마치며 ###

교과서에 나오는 세계의 명화는 아이들에게 우선은 감성과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미술가를 나타내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위인전의 느낌이 나는 아주 좋은 책인 것 같아요.
책의 한 면 또는 3/4면이 그림으로 채워진 이러한 책들을 볼 때마다 나 어렸을 때어요.
그림과 관련된 것을 보는 일들은 나중에 시험에도 도움이 되지만 국영수 등의 학과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일종의 활력소를 제공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명화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해보고, 그 작품의 작가에 대한 일생을 이야기해보고,
그 작가에게 일어났던 일들과 작품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뜻깊은 시간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각종 전시회가 많이 열리고 있는데, 그곳에 갈 때 사전지식을 쌓기에는 아주 훌륭한 교재가 될 것 같아요.
오르세 전시회, 대영박물관 전시회를 아무리 간다한들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진정한 체험이 되겠어요?
이렇게 좋은 책들을 미리 보고 간다면 전시회의 효과는 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집이 53권인데, 시대별로 구성을 해주셨어요. 이것도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