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세월 중 내가 들었던 가장 달콤한 말은, 사랑하는 우리 아가.

내가 보았던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엄마의 자그맣고 부지런한 심장.

가장 황홀했던 건, 아빠가 엄마 안에 들어와 우리 셋이 완전한 하나가 되던 느낌.

그 안에서 짐작했던 최고의 행복은, 당신이 나를 안고 내 눈을 보며 내 이름을 불러주는 그 순간. P.296

 

작은 소녀가 어쩜 이리도 강단이 있을까. 작기 때문일까, 혼자이기 때문일까...

불쌍하다는 느낌보다는 궁금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굳이 다 읽지 않아도 이 소녀가 어떻게 될 건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게 너무 싫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 소녀의 삶을 당연하다는 듯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 그럼 한번 해봐. 네가 찾는 엄마라는 사람이 언젠가는 네 눈앞에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그러면 네가 가진 그 많은 생각들이 하나 둘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그 작고 어린 소녀는 태어나기도 전, 그러니까 천년도 더 전에 태어난 아이란다.(자기 말로) 그래서 아는 것도 많고 무엇보다 눈이 한 백 개는 달린 듯 눈치가 장난이 아니다.

 

백곰을 몇 번 안 본 나도 그걸 알겠는데, 언니는 왜 그걸 모를까? 그것도 사랑의 힘인가? 사랑은 다친 데를 치료해주는 연고 같은 건가? 정말 그런 거라면 언니는 상처가 아닌 곳에 연고를 덕지덕지 바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멀쩡한 곳에 자꾸 연고를 바르니까 진짜 상처는 점점 썩어 들어가고 멀쩡한 곳의 연고는 미끄덩미끄덩. P.48

 

이해가 안 되는 어른들의 세계. 처음으로 마음을 준 장미언니의 삶이 가여워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녀는 말한다. 왜 나는 저런 사람들의 눈에만 보이는 걸까? 책을 읽는 내내 궁금해진다. 정말로 슬픔은 슬픔을, 고독은 고독을 알아보는 건가?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소설과 비슷한 느낌이다. 무작정 버려진 어린 여자아이의 내용이 아니라 그 아이의 삶을 좆다보니 진짜 세상사가 보이는 느낌.

그렇게 우리는 한 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은 쥐새끼 같은 존재들일지 모른다.

 

삼촌이 머뭇거리더니 나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 주문처럼, 나쁜 사람만 만나지 말라고, 누구에게도 붙잡히지 말라고,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중얼거렸다. 삼촌과 나 사이에 끼인 까만 비닐봉지에서 서걱서걱, 마음 구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P.222

 

결국 아무도 정말 그녀를 지켜주지도 보살펴 주지도 사랑해 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소녀는 더 그리워 했을 것이다. 태어나기 전 그 까맣고 축축했을 자궁을...

 

마지막 몇 줄에서 너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안에 깃든 나의 아가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 해본다.

사랑해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