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자를 물리치는 최선의 방법은 상대에게 굴복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체득한 페르시아인은 계속되는 타민족의 지배를 견뎌냈다. 마케도니아, 파르티아, 아랍, 터키, 몽골을 비롯해 여러 민족의 지배를 받았지만, 페르시아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적이 없다. 늘 그렇듯 수천 명의 목을 베고 권력을 잡은 새로운 지배자는 문명의 진미를 발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쾌락을 최고의 무기로 가진 이 민족에게 매혹되어 타고난 야만성을 던져버렸다.

이웃 국가의 침략자를 감내하느라 애쓸 필요는 없었지만, 철학자다운 이란인이라 해도 편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들의 도시는 아름다웠지만 사막 한가운데 있었다. 이들의 소원은 단 하나, 이웃 나라의 비옥한 초원까지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었다. 물이 넘쳐흐르고, 쉽게 정원을 가꿀 수 있는 땅, 서쪽의 비옥한 메소포타미아, 동북쪽의 옥수스분지—지금의 아무다리아—와 풍부한 물이 있는 인도는 군침도는 땅이었다.

결핍을 겪어보지 않고는 절박함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어쩌면 물이 부족한 탓에, 페르시아의 시에서 가질 수 없는 정원이 특히 더 많이 등장하는지도 모르겠다. 갈증을 풀어주는 멋진 시구를 소개해본다.

바닷물을 모두 마신 우리는 너무나 놀라웠네

우리 입술이 아직도 해변처럼 메마르다니

어디든 입술을 적실 바다를 찾으러 가세

우리 입술이 해변이고 우리가 바다이니

—아타르(13세기 페르시아 신비주의 시인)

이란에서 우리를 안내한 쇼레는 장난기 넘치는 여자였다. 제일 먼저 우리를 데려간 곳은 이슬람 땅에 있는 세 개의 성당 중 하나인 가라 켈리사(Ghara Kelisa, 검은 성당)였다. 이 성당은 지난번 여행 때 들렀던 곳이다.

성당은 을씨년스런 언덕에 있다. 나무 한 그루, 뜨거운 태양에 그을린 짧은 풀 한 포기 없다. 멀리서 보면, 배경이 되는 잿빛 산과 대비되는 흰색 돌로 된 원뿔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다가갈수록 아름다운 성당이 차츰 모습을 드러낸다. 왼쪽으로는, 짙은 구름이 걸쳐 있는 계곡으로 시선이 머문다. ‘검은’ 성당은 실제로는 모랫빛이다. 10세기에 현무암으로 지은 이 성당은—이 때문에 검은 성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13세기와 17세기에 일어난 지진으로 파손되었다. 검은색 돌은 성당을 둘러싼 벽과, 짙은 색과 밝은 색 고리 모양을 교대로 쌓아 만든 탑에 일부만 다시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