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하우스에서 공연한 바흐

 

 

 

레치티티보(테너)
내레이터 : 조용히, 소리 내지 말고 지금 벌어지는 일에 귀 기울여 봐요. 여기 슈렌드리안 씨가 딸 리스헨과 함께 오고 있군요.
그는 곰처럼 소리를 치고 있어요. 대체 딸이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저러는지 들어봅시다!

아리아(베이스)
슈렌드리안 : 자식이 있으면 수백 수천 가지 짐을 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지.
매일 리스헨에게 하는 말을 저 애는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리지!

레치티티보(베이스. 소프라노)
슈렌드리안 : 이 망할 자식, 몹쓸 놈 같으니. 아, 언제 내 소원을 들어줄까? 이제 커피 좀 그만 마시라는 내 소원을.
리스헨 : 아버지, 너무 그렇게 까다롭게 굴지 마세요! 커피를 하루에 세 번 이상 마시지 못하면 전 고통에 차서 쪼그라들고 말 거예요. 마치 너무 구운 염소고기처럼요.

아리아(소프라노)
리스헨 : 아, 커피 맛은 정말 기가 막히지. 수천 번의 입맞춤보다 더 달콤하고, 맛 좋은 포도주보다도 더 순하지. 커피, 난 커피를 마셔야 해. 내게 즐거움을 주려거든 제발 내게 커피 한 잔을 따라줘요!

레치티티보(베이스. 소프라노)
슈렌드리안 : 커피를 끊지 않는다면 결혼식장 같은 데에도 데려가지 않을 거고, 산책도 가지 않을 거야.
리스헨 : 좋아요, 좋아! 하지만 커피만은 그냥 내버려두세요.
슈렌드리안 : 이제 조그만 왈가닥이 되었구나! 너에게 최근에 유행하는 치마를 사주고 싶지 않구나!
리스헨 : 그런 건 괜찮아요.
슈렌드리안 : 넌 창문으로 가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도 못 보게 될지 몰라.
리스헨 : 상관없어요. 하지만 커피만은 계속 마시게 해주세요.
슈렌드리안 : 난 네 신부 면사포에다 은줄이나 금줄도 달아주지 않을테다!
리스헨 : 좋아요, 좋아! 제가 좋아하는 것만 그냥 내버려두시면 돼죠.
슈렌드리안 : 아, 이 철부지 리스헨아. 난 네게 말한 것들을 무엇이건 다 해준다니까.

아리아(베이스)
슈렌드리안 : 고집쟁이 여자들은 쉽게 꺾이지 않는 법. 하지만 그녀의 약점을 알면 해낼 수 있다고!

레치티티보(베이스. 소프라노)
슈렌드리안 : 아버지 말에 귀 좀 기울여봐.
리스헨 : 커피만 제외하면 뭐든지요.
슈렌드리안 : 그렇다면 안됐지만 난 네 짝도 지어주지 않을 테다.
리스헨 : 그래, 좋아요. 아버지. 남편이야 뭐!
슈렌드리안 : 난 이미 결심했단다. 절대 널 결혼시키지 않는다고.
리스헨 : 제가 커피를 포기할 때까지란 말이죠? 음, 그렇다면 이젠 커피를 단 한 방울도 마시지 않을 게요.
슈렌드리안 : 그렇다면 조만간 내 너의 짝을 지어주마!

아리아(소프라노)
리스헨 : 그렇다면 아버지, 오늘 당장 그렇게 해주세요. 아, 신랑을 갖게 되다니! 정말이지, 너무나도 멋진 일이 될 거야! 커피 대신 신랑을 금방 가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아! 오늘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용맹한 애인을 갖게 되다니.

 

레치티티보(테너)
내레이터 : 이제 늙은 슈렌드리안은 밖으로 나가서 딸 리스헨에게 적합한 남편감을 물색하였죠. 하지만 리스헨은 몰래 방을 붙여서 자신에게 청혼하려는 자는 언제나 커피를 마셔도 된다는 것을 약속해줘야한다는 조건을 붙였죠.

3중창(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고양이는 쥐 잡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법. 나이든 여자들은 여전히 커피를 끓이면서 함께 모여 있어요. 엄마도 커피 마시는 습관이 있고, 할머니도 늘 그랬죠. 그렇다면 그 누가 딸을 탓할 수 있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