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강남좌파’는 2000년대 들어 의식은 변화와 진보를 지향하지만 부의 수준이나 라이프 스타일은 중산층 이상의 풍요로움을 가지는 대졸 이상 고학력 고소득을 향유하는 80년대 이후 민주화 386세대(이제는 엄밀히 486세대로 불러야 할 것이다. 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를 뜻한다.

 부와 기득권을 가진 ‘강남’이라는 이미지와 대척점에 서있는 중하층 서민적인 이미지의 ‘좌파’가 나타내는 이종교배적인 결합은 단순히 어휘의 조합이 아닌 새로운 엘리트 집단의 출현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 분석대상이 되어 왔다. 마치 과거 집권 기득권층의 생활 못지 않은 삶의 질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사회의 변화를 꿈꾸며 생활 수준의 향상을 원하는 서민의 이념적 토양인 좌파마저 발을 담그고 있으니 말이다.

<강남좌파>는 이 용어를 사용하며 세간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강준만 교수가 최근 진보진영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문재인 변호사, 조국 교수 등 ‘강남좌파’로 지칭되며 떠오르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강남좌파’에 대한 오해를 벗겨내고 그 실체를 제대로 그려 보고자 펴 낸 책이다.

 이러한 의도에는 노무현 전대통령 시절 권력의 상층부 위치한 민주화 운동 세대인 80년대 학번들이 그 누구보다도 청렴할 것이라 믿었던 일반 국민들의 기대감을 저버리고 부정부패와 기성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는 치부를 드러내며 몰락하면서 비아냥의 상징으로 변질되었던 ‘강남좌파’의 정의가 최근 들어 ‘쿨’한 이미지로 소구되며 일반에 수용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달리 생각해 보면 보수 우파정당인 ‘한나라당’내에서도 지역적, 세대적 정서에 기대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해 왔던 일부 기성 정치인들과 보수 언론이 자신의 영역인 ‘보수=강남’등식이 2000년대 들어서면서 80년대 학번들이 점차 기성세대로 진입하고 부를 얻으면서 모호해지는 진보 보수간 경계의 붕괴와 좌우파간 영역 잠식에 대한 위기의식에 따른 반격이기도 했다. 결국 노무현 정권시절 ‘강남좌파’로 지칭하며 도덕성의 결여를 비난하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스스로 ‘강남좌파’로 불리우는 데 대해 거부감 없이 대응하는 조국 교수 등 일부 진보인사들에 대한 세간의 평이 우호적이면서 일정 부분 실패한데 있다.

 결국 정통 수구인사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좌우파라는 ‘이념’이 아니라 ‘엘리트 주의’로서 강남좌파를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강남좌파의 ‘총론 진보 각론 보수’적 행보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강남좌파’의 프리즘으로 정치인과 사회현상을 바라본다.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으로 성공을 맛본 오마이 뉴스가 강남좌파로서 밀었던 CEO출신 문국현의 정치인으로서 한계와 향후 정치판에서 새롭게 부각시키려고 애쓰는 조국 교수를 평가(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자는 잠재 의식속에 조국교수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있는 듯 싶다)하고 있으며 ‘박근혜 대세론’의 근저에 또아리 틀고 있는 ‘강남좌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파헤친다.

좌파지식인에서 우파 한나라당 정치인으로 입문했다가 다시 분당좌파로서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대한 분석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산인 유시민과 문재인에 대해 다루며 정치적 포퓰리즘(이 단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지만) 운운하면서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등 대권레이스에 동참하기 위해 악어의 눈물을 뿌리며 몸부림치는 ‘MB 짝퉁’ 오세훈 서울시장을 바라본다.

끝으로 ‘강남좌파’의 형성에 기초가 된 치열한 입시전쟁에 대해 분석하며 학벌, 인맥위주로 얽히고 설킨 ‘강남좌파’가 단순한 엘리트 집단을 넘어선 인간적인 품성 또한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본다.

 한국사회에서 ‘좌파’라는 용어가 가지는 의미는 전세계적으로 유사성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포지션을 나타낸다.

 자유주의적인 중도 보수도 좌파로 분류되며 보수와 수구가 구분 없이 우파로 지칭되는 한국사회에서 ‘좌파’는 급진적인 사회 변혁과 기존의 계층 구조를 바꾸는 과격한 의미로만 해석되어 경계되어지고 배격되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북한의 존재라는 특수성이 자리 잡고 있다.

‘사회주의’라는 허울 좋은 구호 아래 자신의 일당독재체제를 구축하며 3대째 세습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공산주의=좌익’의 이미지는 한국전쟁을 통해 크나 큰 아픔을 겪었으며 그로 인해 치유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갖게 된 60대 이상 노년층과 1950년대 전쟁의 상흔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채 굶주리고 가난했던 유년기를 견뎌 온 50대에겐 소중한 생명과 삶을 언제 송두리째 앗아갈 지 모르는 ‘사우론’과 같은 악의 존재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과거의 집권세력들은 우리 국민의 이러한 상처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자신의 통치기반을 위협하거나 정권 재창출을 위한 지역적 패권의 항구성을 담보하는데 잠재적으로 걸림돌이 되는 존재에 대해서는 ‘좌익’으로 몰아 붙였으며 유신시대를 지나 80년대 ‘민주화의 봄’운동 등 민주화를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친 이들에게 ‘빨갱이’라는 칭호(?)를 수여하게 되었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구태로 인해 진보와 변화를 열망하는 것이 ‘좌파=북한’으로 오해하며 우리 사회를 전복시키려는 위험세력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강남좌파>에서 저자는 이념보다 엘리트집단으로서 그들에 더 비중을 두지만 옅어졌다 하더라도 이념적 지향점은 아직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구태를 되풀이하는 기존의 기득권에 편입될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