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표지의 시집이 집으로 왔다.

검은 글자로 뚜렷이 박힌 ‘낭만적인 악수’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왜 시인은 낭만적인 악수라는 제목을 지었을까?

낭만적이라는 말이 가지는 느낌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것일까?

조금 떨어져서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낭만적’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그리고 나는 그 다음 단어에 눈을 기울였다.

악수!

악수라는 것은 나와 상대가 서로의 손을 잡는 것이다. 일종의 소통이다.

내가 먼저 내밀었던 상대가 내밀었던 그것을 받아들이고 손을 접촉했다는 것 아닐까.

낭만적인 악수.... 어쩐지 낭만적이라는 것과 악수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지 않느냐는 개인적인 느낌을 가졌다. 낭만은 악수를 하기 이전에 품는 설레임과 환상, 기대가 아닐까?

아니다. 어쩌면 시인은 사물과 사람과 감정에게 낭만적으로 악수를 건네었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지었을지도 모른다.

이 시집을 읽고 보니 시인은 사물에 감정이입을 해서 사물의 느낌으로 시를 써내려 간 것이 많았다.

특히나 모과가 나에게는 인상 깊었다. 자동차 안에 마치 진열품처럼 몇 개월째 굴러다니는 모과의 느낌을 그대로 시로 표현하였다.

또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감정을 적은 시도 있었다. 샤워기.

어느 날

빠득대는 아픔을 눈치 채치못한 나의

한 순간 완력으로

그만 목이 툭 부러졌다.

네 아픔보다는 내 불편함이 커서

네 눈물을 보지 못하였다.

이제야 비로소 너를 다시 보게 되었다.

[샤워기] 시의 일부분이다. 시인은 이렇게 생활 속의 작은 소재와 경험 등을 겪은 그 감정을 올곧이 표현하였다.

시를 읽는 나는 내 불편함이 커서 상대의 아픔을 보지 못했던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그래서 숨겨놨던 내 생채기가 다시 상처를 헤집고 피가 나는 듯 마음이 아팠다.

그렇다고 이 시집이 사물과 생활이 표현된 시만 있는게 아니다.

이 시 전편에 흐르는 사랑의 노래.. 사랑의 표현들이다.

전체 4부로 이루어진 이 시집은

사랑으로 시작해서 첫사랑, 사랑의 아픔, 이별, 그리움..

그리고 멈출 수 없는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4부의 마지막에 나오는 [멈출 수 없는 사랑]은

돌고래에 비유해서 사별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시인은 그렇게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마지막으로' 조령산에 내리는 눈 '이라는 시에 나를 기억해달라고 끝을 낸다.

네 눈동자 불이 꺼져서야

너를 향한 사랑이 뜨겁게 확인되는

엄숙한 자리

꿈틀거리는 운명은 이글거리는 사랑을 확인하는 구나.

별 총총한 밤, 내가 돌아갈 때까지

그대는 잘 쉬어

그대의 사랑과 전설은 내 가슴에 남아

내가 읽는 경전이 될 거야.

 

 

 

 

한파가 몰아치고 눈이 하얗게 쌓이던 겨울 밤

 

낭만적이고 가슴 시린 시집 한권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제 시인의 가슴에도 내 마음에도 봄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