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닉스, 그 어두움이 아름다움으로, 매력으로 다가오는 보석입니다. 작품의 이름이 왜 오닉스인지는 글을 읽는 순간부터 바로 가슴에 와 닿습니다. 글의 분위기가 그렇고, 등장인물들의 분위기가 오닉스의 매력과 부합하거든요.

글은 친부에게, 양모에게 학대당하는 어린 여동생, 서린을 구하려는 오빠, 진의 어긋난 계약으로 시작됩니다. 진과의 약속을 빌미로 서린을 만나고, 바로 서린에게 집착하게 되는 류호, 그런 류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서린은 얼굴을 칼로 그어버리기까지 합니다. 이번엔 류호에게서 동생을 구하기 위해 진은 자신을 믿어주던 친구, 은후를 배신하고 두 사람은 일시적인 자유를 얻습니다. 진이 서린을 잠시 떠나있는 동안, 진을 찾던 은후는 서린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고 두 사람 사이엔 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하죠. 서린이 은후의 그늘에 있는 동안 진은 서린을 단념시키려 류호를 설득하지만 류호의 집착은 광기로 접어들기 시작하는데...

첫눈에 보기에 오닉스와 가장 비슷한 건 서린과 류호입니다. 서린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친부와 양모에게 학대당하고, 류호에게 짓밟힌 그녀에겐 견디기 힘든 어두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또한 그 어두움이 사람을 사로잡는 마력이 되기도 하죠. 글속에서 나타나듯 서린을 본 사람은 누구나 그 마력을 느끼게 되죠.

류호의 경우, 갖고 싶은 것은 폭력을 써서라도 갖고야마는 성격이 글에 어두움을 드리웁니다. 서린을 사랑한다하면서도 서린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자신을 사랑할 것을 강요하는 그 비뚤어진 집착과 숨막히게 하는 광기, 소름끼치면서도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게합니다.

하지만 글을 더 읽으면서 어쩌면 가장 오닉스와 비슷한 건 은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겉으로는 항상 여유롭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 하지만 그 속에 과연 무슨 생각이 들어 있을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사람이거든요. 오히려 거칠고 단순한 류호보다 훨씬 더 두려워해야 할 인물이 은후일지도 모릅니다. 속을 알 수가 없는 만큼, 알게 되는 것도 두려운 사람이니까요.

물론 여주인 서린만을 생각한다면 은후는 두렵기만한 사람은 아닙니다. 서린에게 다가갈 때도 류호처럼 무작정 열정적으로, 거칠게 다가간 것이 아니라, 서린을 안심시키려 주위에서 멤돌다가 서린이 틈을 줄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는 인내심을 보여줍니다. 마치 잔뜩 상처받고 경계심이 극도에 달한 야생 동물을 길들이는 것 처럼요.

글이 아직 초반부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라 확신하며 말할 수는 없겠지만 류호가 서린을 망가뜨려서라도 자신의 곁에 두려 할 사람이라면 은후는 자신이 망가지더라도 서린을 지키려 할 사람일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서린도 그것을 알기에 은후에게는 마음을 내주는 것이겠죠. 
작가 분의 글을 네다섯편쯤 읽어봤는데 초반부의 그 숨막힐 듯한 매력이, 해피 엔딩을 해야한다는 그 생각때문에, 글의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약해지는 점이 옥의 티였거든요. 글이 다소 질질 끌린다는 느낌도 받게 되구요.